시 & 글귀 & 대사 썸네일형 리스트형 사랑은 기다리는 거지 기다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너는 밤과 낮이라고 한다. 너는 그게 사랑이라고 한다. 아니야. 사랑은 기다리는 거지. 기다릴 것이 없어질 때까지. 고층 건물이 세찬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것을 본다고. 네 비밀을 내가 다 알면, 내 비밀을 네가 다 알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그래도 우린 잠든다. 그르렁거리는 숨소리를 들으며 서로의 꿈에서 등을 돌린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천막 위로 빗줄기가 쏟아진다. 투둑투둑. 천장과 바닥이 호응하고, 우리는 그 사이에 누워 기다리나. 열매가 떨어지기를. 땔감이 모자라기를. 마른 풀이 전부 젖어 버리기를. 우리가 관통하는 물방울들. 모두 서로 배반할 거라고 맨 뒷장에 씌어져 있었지. 우리는 기다린다. 우리가 서로를 죽이기 전에, 너희가 서로를 죽이기를. 떠오를 때는 가라앉는 느낌도 들곤 해. 저 .. 더보기 당신은 가끔 불행을 자초한다고 나는 밤새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었어 내가 말했지? 행복한 결말을 좋아해야 행복한 사람이 된다고 당신은 가끔 불행을 자초한다고 불행 속에서 행복해하는 것 같다고 하지만 나는 그게 말장난이라고 생각해 밤새 아픈 사람 옆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그래도 당신이 고열에 시달리다 눈을 떴을 때 내가 잠들어 있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지 당신이 이렇게 힘이 없으니까 나는 괜히 우쭐하고 어쩐지 불공평하다고 느껴 당신은 깊은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악몽을 꾸는 사람 같기도 하고 외로워 보였다가 순식간에 편해진 사람 같아 그런데 우리가 불공평하지 않은 적이 있던가 밤이 지나면 뭔가를 들킨 기분에 잠시 나를 멀리하다 고맙다고 하겠지 착하니까 세상이 전에 없이 활력을 띠겠지 친구들에게 가족들에게 직.. 더보기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것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이정하, 낮은 곳으로 더보기 지겨워 지겨워 태어난다는 건 무엇일까 겨울이 지겨울 때마다 그 짓을 했다 길고 나른하게 서로의 몸을 껴안으며 둘 중 하나는 죽기를 바라듯 그럴 때마다 살아 있다는 게 징글징글해져 눈이 길게 찢어졌다 사랑이 없는 밤의 짙고 고요한 계절처럼 이 반복된 허기가 기나긴 겨울을 연장시켰을까 네 손바닥에 모르는 주소를 쓰고 겨울의 조난자들처럼 밤을 찾던 저녁이었지 자꾸 잠이 오는 게 괜찮을까 흔들리는 벽지 아래 서로의 손목을 쥐여주면 꽤 멋진 연인이 되었다 우리는 가짜와 진짜처럼 정말 닮았구나 궁색하게 남은 목숨의 자국이나 껴안으며 가까워질수록 사라지는 표정처럼 지겨워 지겨워 태어난다는 건 무엇일까 나는 울고 있었을 뿐인데 박은정, 긴 겨울 더보기 불행은 편지였다 불행은 편지였다 언젠가는 도착하기로 되어있고 언제 올지는 몰랐으므로 양말 속에 어떻게 들어갔을까 나의 바닥을 어떻게 길가에 앉아 구두끈을 푼다 상처의 방향으로 몸이 쏟아진다 모두 집어 던졌었지 그때 깨진 컵은 내 살을 기다리며 서랍 속에서 뿔이 되었던가 젖은 신발 벗고 피 묻은 사금파리를 꺼내는 일 아픔은 꺼낼 수 없는 일 나의 바깥에서 떠도는 조각들을 기다려야 할까 최현우, 컵 더보기 그대와 나 사이엔 '사랑한다'라는 뜻의 단어가 몇 개나 있을까 북극에 가면, '희다'라는 뜻의 단어가 열일곱 개나 있다고 한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온통 흰 것 뿐인 세상 그대와 나 사이엔 '사랑한다'라는 뜻의 단어가 몇 개나 있을까 북극에 가서 살면 좋겠다 날고기를 먹더라도 그대와 나, 둘만 살았으면 좋겠다 '희다'와 '사랑한다'만 있는 그런 꿈의 세상 이정하, 북극으로 더보기 아무것도 너를 떠올리지 않는 곳으로 서로의 외로움을 나누어 짐 지지 않겠다고 마음에 자물쇠를 걸고 들어앉은 봄밤 모래바람은 황망하게 불어오고 난분분한 꽃 소식 기다리는 입 매무새들 너는 어딘가 가려 했지 나는 어디에라도 있으려 했지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진 것은 모두 먼지가 되어버려 특별히 어루만진 것들, 대체 얼마나 쓸어야 채색한 유리가 되나 재수 옴 붙은 단단한 손마디 우리는 손만 보고도 주먹을 떠올리고 그건 타당한 예감으로 증명되었어 그러나 결국 그렇게 된 건 결국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질문의 사방 벽에서 벗어나겠다고 따로 떨어져 마음에 자물쇠를 걸고 들어앉으면 바람이 몰아오는 모래 알갱이마다 따륵따륵 씌어 있는 너의 이름 너는 어딘가 가려 했지 아무것도 너를 떠올리지 않는 곳으로 혼자서도 유리가 될 수 있는 곳으로 정한아, .. 더보기 불행이라는 말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해 다가올 불행을 미리 연습한 적이 있었지 더 이상 사랑 아닌 너에게 다른 호흡을 붙여가며, 그러나 사랑해 약속된 입천장의 모습대로, 사랑해 다섯 개의 새끼손가락을 걸었지 불행을 준비하며 싼 커다란 가방 속 물건들은 날마다 소진되었고 사실 물티슈에는 세균이 많아 아무리 닦아내도 깨끗이 지워지는 법이 없지 나를 지워내고 싶을 만큼 그렇게 내가 보고 싶었니? 우리의 물음은 울음 되어 서로의 삶에 수도 없이 많은 오물을 남겼고 우리의 감정은 가방 속에 든 일회용 물건들처럼 재빨리 소진되었지 불행이 오는 것을 셀 수 있었을까 마감이 덜 된 옷을 입는 기분으로 우리는 미숙한 잠에 빠졌지 나는 꿈에서도 네가 보고 싶지 않아 가방의 안쪽에는 바깥쪽과 같은 무늬가 있었고 뒤집어도 뒤집어도 불행은 줄지 않았지 너의 감정을 .. 더보기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