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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밤새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었어 내가 말했지? 행복한 결말을 좋아해야 행복한 사람이 된다고 당신은 가끔 불행을 자초한다고 불행 속에서 행복해하는 것 같다고 하지만 나는 그게 말장난이라고 생각해
밤새 아픈 사람 옆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그래도 당신이 고열에 시달리다 눈을 떴을 때 내가 잠들어 있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지
당신이 이렇게 힘이 없으니까 나는 괜히 우쭐하고 어쩐지 불공평하다고 느껴 당신은 깊은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악몽을 꾸는 사람 같기도 하고 외로워 보였다가 순식간에 편해진 사람 같아 그런데 우리가 불공평하지 않은 적이 있던가
밤이 지나면 뭔가를 들킨 기분에 잠시 나를 멀리하다 고맙다고 하겠지 착하니까 세상이 전에 없이 활력을 띠겠지 친구들에게 가족들에게 직업으로 책으로 야구장으로 새벽 산책으로 아름다운 외투 속으로 복귀하겠지 물론 우린 또 아름다운 외투의 기준을 가지고 다투겠지만
실핏줄이 다 터졌네 눈동자를 가둔 붉은 그물이 물결에 따라 흔들려 나는 물고기가 혼자 떠오르기 바라는 아마추어처럼 바라고만 있어
이다희, 아마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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