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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조용한 삶이란 건강한 사람들의 종교라고 생각했다 무얼까 멋있는 포스터를 사서 방에 걸어 두는 건 조명이 하나 둘씩 떨어지면 많은 의자가 빛나니까 단지 그것 때문에 공연을 보러간다. 내겐 의자에 앉아도 반짝반짝할 자유가 필요해서 사람들이 많고 모두 말이 없다. 믿는 것일까 아름다운 점으로 가득한 귓속을 나는 벌레 같아서 어깨와 팔꿈치처럼 도드라진 곳에는 격자무늬가 남을 거라고 생각했다. 조용한 삶이란 건강한 사람들의 종교라고 생각했다. 헤드라이트와 수은등이 위로만 손 뻗는 이유를 알고 있다고 생각 했다. 그것을 믿어 주는 사람은 절대 다수에게 사랑받아도 질투하지 않겠다고 나는 편협하여 기울어지는 방향으로 아침이 밝는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나란히 눈을 떳다. 콘서트에 가면 소중한 몸이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슴 아래서 흰 뼈를 붙잡고 있는 이들을 보았.. 더보기
사랑해, 좋아 같은 말은 죽어도 입에 안 익지 어제는 해가 뜨지 않았다 네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언니가 말했다 기쁘지는 않았다 내 소원은 항상 차선책이었다 우리는 이 신기한 일에 대하여 일기를 쓴다 나는 문장을 쓰고 언니는 그것을 소리내지 않고 읽는다 말하면 사라지는 문장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오늘은 힘든 일이 많았고 여전히 물과 잠은 달다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나는 안전하다 배고파, 추워 같은 말을 무심코 하기는 싫어 사랑해, 좋아 같은 말은 죽어도 입에 안 익지 우리도 안다 매일매일은 사랑할 수 없지 눈을 뜨면 더이상 눈뜨지 않아도 된다 부리 없는 새처럼 언니가 조용히 말한다 밤을 보내고 나면 많은 것을 잊어버리지만 내가 밤이 되면 밤에 일어나는 일들을 소유할 수 있어 새는 새의 영역에서 죽거나 살지 검은 눈꺼풀을 바라보며 나는 쓴다 몸에 일어나는 .. 더보기
이것이 너의 슬픔이구나 이 딱딱한 것이 이것이 너의 슬픔이구나 이 딱딱한 것이 가끔 너를 안으며 생각한다. 이것은 플라스틱이다. 몸의 안쪽을 열 때마다 딱딱해지는 슬프고 아름다운 플라스틱 하지만 네가 부엉이라고 말해서 나는 운다. 피와 부엉이 그런 것은 불가능한 슬픔 종이와 철사 인디언보다 부드러운 것 그런 것을 떠올리면 슬픔은 가능하다. 지금은 따뜻한 저녁밥을 생각한다. 손으로 밥그릇을 만져보는 일은 부엉이를 더듬는 일 불가능한 감각 상처에 빨간 머큐로크롬을 바르고 너를 안으면 철사와 부엉이가 태어난다. 철사로 너를 사랑할 수 있다. 종이에서 흰 것을 뽑아내는 투석 그러나 너를 안으며 생각한다. 이것이 플라스틱이다. 다른 몸을 만질 때 슬픔이 가능해지는 불가능한 플라스틱. 이성민, 불가능한 플라스틱 더보기
사랑을 호명할 때 우리는 거기에 없었다 月, 당신은 장을 보러 나갔다 잘게 썰린 해파리를 사와서 찬물로 씻었다 베란다에선 파꽃이 피었고 달팽이는 그 위에 둥글게 앉아 있었다 火, 당신은 나를 차마 깨우지 못했다 똬리를 틀고 잠든 나의 테두리를 동그랗게 에워싸며 조용히 다가와 다시 누웠다 水, 당신은 기차를 탔다 덜컹이기 위해서 창문에 이마를 대고 매몰차게 지나가는 바깥풍경을 바라보기 위해서 나는 옥상에 의자를 내놓고 앉아 있었다 눈을 감고 귀를 깃발처럼 높이 매달았다 여린 기차 소리가 들렸다 木, 사랑을 호명할 때 우리는 거기에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사나운 짐승이 되어 있었다 동시에 서로가 서로에게 초식동물이 되어 있었다 두려움에 떨었다 당신의 떨림과 나의 떨림 사이에서 시뻘건 피가 흘렀다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들이 응혈처럼 물컹 만져졌다 金.. 더보기
불행이라는 말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해 다가올 불행을 미리 연습한 적이 있었지 더 이상 사랑 아닌 너에게 다른 호흡을 붙여가며, 그러나 사랑해 약속된 입천장의 모습대로, 사랑해 다섯 개의 새끼손가락을 걸었지 불행을 준비하며 싼 커다란 가방 속 물건들은 날마다 소진되었고 사실 물티슈에는 세균이 많아 아무리 닦아내도 깨끗이 지워지는 법이 없지 나를 지워내고 싶을 만큼 그렇게 내가 보고 싶었니? 우리의 물음은 울음 되어 서로의 삶에 수도 없이 많은 오물을 남겼고 우리의 감정은 가방 속에 든 일회용 물건들처럼 재빨리 소진되었지 불행이 오는 것을 셀 수 있었을까 마감이 덜 된 옷을 입는 기분으로 우리는 미숙한 잠에 빠졌지 나는 꿈에서도 네가 보고 싶지 않아 가방의 안쪽에는 바깥쪽과 같은 무늬가 있었고 뒤집어도 뒤집어도 불행은 줄지 않았지 너의 감정을 .. 더보기
헤어지는 법을 모르는 소년을 찾고 있어 사랑하려고 헤어지는 법을 모르는 소년을 찾고 있어 사랑하려고 사탕을 빨아 먹는 아이와 사탕을 깨물어 먹는 아이에 대해 나는 다 알고 있거든 소녀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줄무니 티셔츠를 좋아하던 아동이었다지 물감만을 바르지는 않겠어요 물의 속성으로 그대로 두세요 고운 색깔로 규정하기를 반복하는 소녀들 속에서 빠져나와 소녀는 과거로 노래한다 아빠가 죽고 엄마가 죽고 나는 죽지 않고 잘도 자라네 행복의 두 페이지는 죽음 상냥한 친구들도 거절할래 선물도 받지 않을래 기쁠 것도 없으니까 슬플 것도 없을 테지 소녀를 등장시키면 소년의 형태가 서서히 드러나는 법 이미 절반의 소년 옆에서 느끼는 girl 돌보는 boy를 만드는 것은 girl의 진리 숟가락 하나를 놓는 것은 끼니를 때우는 일 같지만 숟가락 두 개일 때는 화목한 식.. 더보기
유성우가 떨어지는 밤 너는 내게 몸을 던진다 유성우가 떨어지는 해변에 우리는 나란히 누워 길 잃은 비행사에게 속죄했다 등에서 타닥타닥 별사탕이 터졌다 내 마음이 먼저 끝나게 해 주세요 우리는 각자 다른 신에게 빌었다 폭풍이 우릴 싸 먹었다 깨진 운성 바닷속으로 추락했다 와락 쏟아지는 마음은 오래전에 죽었는데 어떤 별에선 우리가 아직 사랑하고 있다 모래알 같은 사람들은 추모의 집으로 갔는데 나는, 지금 여기 있어 왜 목매달지 않고 살아 있나 살아서 자꾸 마주치나 유성우가 떨어지는 밤 너는 내게 몸을 던진다 드문드문 사랑을 한다 너의 신이 너의 기도를 들어주었다 몸이 깨진 별들이 내게 와 추락한다 죽으려고 손미, 서울, 나 여기 있어 더보기
밤새 내린 이 비에 이 여름도 가는데 그_냥 - 비의 계절 https://youtu.be/o6Wrh68NyTI 또 비가 내리고 어김없이 넌 날 찾아왔어 어렴풋이 네가 좋아했던 여름밤 냄새와 함께 너와 함께 했던 그 여름을 네가 가득해서 사랑했고 이젠 잊을때도 됐다는 걸 알지만 이렇게 너를 그리워 해 밤새 내린 이 비에 이 여름도 가는데 난 왜 너를 이 비에 흘려 보내지 못했는지 여전히 내 마음에 스며있는 네 모습 또 비가 내렸고 어김없이 넌 날 찾아왔어 어렴풋이 네가 좋아했던 슬픈 사랑노래와 함께 너와 함께 듣던 빗소리를 네가 떠올라서 사랑했고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이렇게 너를 그리워 해 밤새 내린 이 비에 이 여름도 가는데 난 왜 너를 이 비에 흘려보내지 못했는지 여전히 내 마음에 스며있는 네 모습 더 깊어져가네 그 때 널 잡..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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