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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아가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더보기
나는 지구에 잘못 배달되었다 나는 지구에 잘못 배달되었다 팔과 다리가 조금씩 어긋난 감정을 입고 요즘 사람 행세를 했다 웃고 떠는 밤에는 집에 돌아와 불 꺼진 방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아직 뜯어보지 않은 선물처럼 낱말 맞히기를 풀었다 세로줄을 다 풀지 못했는데 창밖으로 가로줄이 배달되었다 그러나 나에겐 아직 풀지 않은 아침이 더 많았다 그 어색함이 아득해 냉장고 속 케이크를 푹푹 떠먹었다 얼굴 속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는데 배 속에서 잃어버린 퍼즐조각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귀를 접어 귓속에 넣었다 비로소 사람처럼 문밖으로 걸어 나갈 수 있었다 임지은, 낱말 케이크 더보기
1월엔 뭐든지 잘될 것만 같습니다 1월엔 뭐든지 잘될 것만 같습니다 총체적 난국은 어제까지였습니다 지난달의 주정은 모두 기화되었습니다 2월엔 여태 출발하지 못한 이유를 추위 탓으로 돌립니다 어느 날엔 문득 초콜릿이 먹고 싶었습니다 3월엔 괜히 가방이 사고 싶습니다 내 이름이 적힌 물건을 늘리고 싶습니다 벚꽃이 되어 내 이름을 날리고 싶습니다 어느 날엔 문득 사탕이 사고 싶었습니다 4월은 생각보다 잔인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한참 전에 이미 죽었기 때문입니다 5월엔 정체성의 혼란이 찾아옵니다 근로자도 아니고 어린이도 아니고 어버이도 아니고 스승도 아닌데다 성년을 맞이하지도 않은 나는, 과연 누구입니까 나는 나의 어떤 면을 축하해줄 수 있습니까 6월은 원래부터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꿈꾸지 않는 것은.. 더보기
삿포로에 갈까요 11월과 12월 사이를 좋아합니다. 그건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조금씩 눈비가 뿌리고 있으니 어쩌면 잠시 후에 눈송이로 바뀌어 이 저녁을 온통 하얗게 뒤덮을지도 모르니 이곳 강변의 여관에서 자고 가기로 합니다. 창문을 열어놓고 맥주를 한 병 마시는데 몸이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네요. 이야기할 사람이 없으면 술을 마시지 말라고 몸이 말을 걸어 옵니다. 그럼요, 술은 정말정말 좋은 사람이랑 같이 하지 않으면 그냥 물이지요. 수돗물. 언제였던가요. 덕유산에서 삼 개월을 여행자로 지낸 적이 있는데 매일매일 폭설이었고 나 또한 매일매일 눈사람이었습니다. 그 시간, 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인생의 진하디진한 어떤 예감 같은 거요. 그 후로 나에게 생긴 병이 있다면 눈을 찾아.. 더보기
사랑에는 언제나 약간의 망상이 담겨 있다 사랑에는 언제나 약간의 망상이 담겨 있다. 그러나 망상 속에는 약간의 이성이 깃들어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더보기
왜 모든 사람이 사랑에 미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매력적이었으며 보통 사람들과는 너무나 달라 보였다. 그래서 그는 그녀의 구두가 딱딱거리면서 돌길 위를 걸을 때 왜 아무도 자기처럼 정신을 잃지 않는지, 그녀의 베일에서 나오는 숨소리에 왜 아무도 가슴 설레하지 않는지, 그녀의 땋은 머리가 바람에 휘날리거나 그녀의 손이 공중으로 날아오를 때, 혹은 황금 같은 미소를 지을 때에도 왜 모든 사람이 사랑에 미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더보기
너를 볼 때마다 화상을 입는다 너의 표정은 차갑고 너의 음성은 싸늘하지만 너를 볼 때마다 화상을 입는다 박건호, 섭씨 100도의 얼음 더보기
다시 태어나면 죽지 말아야지 죽어도 좋겠다 생각한 순간 너는 웃었고 나는 죽었다 다시 태어나면 죽지 말아야지 잠깐 또 생각을 했다 오래 봐야지 죽지 말아야지 말을 새긴 새빨간 것을 단번에 삼키니 나는 사랑을 하네 당연하단 듯이 네가 고개를 끄덕이네 아아 입안을 맴돌다 뱉은 얼룩이 사랑의 시가 되어 손끝으로 네게로 흘러간다 당연하단 듯이 꼭 정해져 있단 뜻처럼 마치 되감기라도 한 것처럼 삼킨 것이 두근거린다 너는 나를 사랑하지 사랑하기 위해 내가 태어난 것처럼 너는 웃었고 나는 앓았다 먼 시간을 걸어 결국 또 한 번 너를 사랑하는구나 죽어도 좋겠다 생각했다 향돌, 사랑의 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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