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귀 썸네일형 리스트형 그대와 나 사이엔 '사랑한다'라는 뜻의 단어가 몇 개나 있을까 북극에 가면, '희다'라는 뜻의 단어가 열일곱 개나 있다고 한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온통 흰 것 뿐인 세상 그대와 나 사이엔 '사랑한다'라는 뜻의 단어가 몇 개나 있을까 북극에 가서 살면 좋겠다 날고기를 먹더라도 그대와 나, 둘만 살았으면 좋겠다 '희다'와 '사랑한다'만 있는 그런 꿈의 세상 이정하, 북극으로 더보기 아무것도 너를 떠올리지 않는 곳으로 서로의 외로움을 나누어 짐 지지 않겠다고 마음에 자물쇠를 걸고 들어앉은 봄밤 모래바람은 황망하게 불어오고 난분분한 꽃 소식 기다리는 입 매무새들 너는 어딘가 가려 했지 나는 어디에라도 있으려 했지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진 것은 모두 먼지가 되어버려 특별히 어루만진 것들, 대체 얼마나 쓸어야 채색한 유리가 되나 재수 옴 붙은 단단한 손마디 우리는 손만 보고도 주먹을 떠올리고 그건 타당한 예감으로 증명되었어 그러나 결국 그렇게 된 건 결국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질문의 사방 벽에서 벗어나겠다고 따로 떨어져 마음에 자물쇠를 걸고 들어앉으면 바람이 몰아오는 모래 알갱이마다 따륵따륵 씌어 있는 너의 이름 너는 어딘가 가려 했지 아무것도 너를 떠올리지 않는 곳으로 혼자서도 유리가 될 수 있는 곳으로 정한아, .. 더보기 불행이라는 말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해 다가올 불행을 미리 연습한 적이 있었지 더 이상 사랑 아닌 너에게 다른 호흡을 붙여가며, 그러나 사랑해 약속된 입천장의 모습대로, 사랑해 다섯 개의 새끼손가락을 걸었지 불행을 준비하며 싼 커다란 가방 속 물건들은 날마다 소진되었고 사실 물티슈에는 세균이 많아 아무리 닦아내도 깨끗이 지워지는 법이 없지 나를 지워내고 싶을 만큼 그렇게 내가 보고 싶었니? 우리의 물음은 울음 되어 서로의 삶에 수도 없이 많은 오물을 남겼고 우리의 감정은 가방 속에 든 일회용 물건들처럼 재빨리 소진되었지 불행이 오는 것을 셀 수 있었을까 마감이 덜 된 옷을 입는 기분으로 우리는 미숙한 잠에 빠졌지 나는 꿈에서도 네가 보고 싶지 않아 가방의 안쪽에는 바깥쪽과 같은 무늬가 있었고 뒤집어도 뒤집어도 불행은 줄지 않았지 너의 감정을 .. 더보기 끝나지 않는 그런 여름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성당 앞은 언제나 붐빈다 계단을 내려오다 말고 멈춘다 몇 번인가 종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종탑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거대한 종이 움직이는 것을 본 적도 없다 그것은 정말로 거대할까 궁금하지 않고 어디에도 없는 우리들의 슬픔을 위하여 곧 미사가 시작됩니다 그러니 기도하십시오 이 많은 기도를 두고 어디를 디뎌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기도하십시오 멀리서 매미가 울부짖는다 덥다 너무 덥다 기도하십시오 기도 말고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절룩거리며 지나가는 사내를 보았다 오후처럼 그는 흐리고 느렸다 그의 뒷모습은 그치지 않고 곧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이 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서 손으로 이마를 가려보지만 그늘은 생기다가 사라지고 끝나지 않는 그런 여름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유희경, 장마 더보기 헤어지는 법을 모르는 소년을 찾고 있어 사랑하려고 헤어지는 법을 모르는 소년을 찾고 있어 사랑하려고 사탕을 빨아 먹는 아이와 사탕을 깨물어 먹는 아이에 대해 나는 다 알고 있거든 소녀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줄무니 티셔츠를 좋아하던 아동이었다지 물감만을 바르지는 않겠어요 물의 속성으로 그대로 두세요 고운 색깔로 규정하기를 반복하는 소녀들 속에서 빠져나와 소녀는 과거로 노래한다 아빠가 죽고 엄마가 죽고 나는 죽지 않고 잘도 자라네 행복의 두 페이지는 죽음 상냥한 친구들도 거절할래 선물도 받지 않을래 기쁠 것도 없으니까 슬플 것도 없을 테지 소녀를 등장시키면 소년의 형태가 서서히 드러나는 법 이미 절반의 소년 옆에서 느끼는 girl 돌보는 boy를 만드는 것은 girl의 진리 숟가락 하나를 놓는 것은 끼니를 때우는 일 같지만 숟가락 두 개일 때는 화목한 식.. 더보기 유성우가 떨어지는 밤 너는 내게 몸을 던진다 유성우가 떨어지는 해변에 우리는 나란히 누워 길 잃은 비행사에게 속죄했다 등에서 타닥타닥 별사탕이 터졌다 내 마음이 먼저 끝나게 해 주세요 우리는 각자 다른 신에게 빌었다 폭풍이 우릴 싸 먹었다 깨진 운성 바닷속으로 추락했다 와락 쏟아지는 마음은 오래전에 죽었는데 어떤 별에선 우리가 아직 사랑하고 있다 모래알 같은 사람들은 추모의 집으로 갔는데 나는, 지금 여기 있어 왜 목매달지 않고 살아 있나 살아서 자꾸 마주치나 유성우가 떨어지는 밤 너는 내게 몸을 던진다 드문드문 사랑을 한다 너의 신이 너의 기도를 들어주었다 몸이 깨진 별들이 내게 와 추락한다 죽으려고 손미, 서울, 나 여기 있어 더보기 이번 삶은 천국 가는 길 겪는 긴 멀미인가요 팬티를 벗고 체중계에 올라가는 새벽입니다 그림자도 체중계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새벽입니다 커다란 제사장이여 커다란 예언자여 이번 삶은 천국 가는 길 겪는 긴 멀미인가요 나를 체중계 위로 떠민 아비와 체중계 뒤 발을 걸친 천사들 덕분에 이곳은 지그시 가라앉고 있습니다 커다란 제사장이여 커다란 예언자여 나는 이리도 우연히 죄와 평행해도 되는 것입니까 주먹 속 일몰과 망토 안에서 기우는 추와 함께 체중계 위에서 저물면 안 되는 일입니까 커다란 심판자여 커다란 심판자여 가볍게만 마시고 흩어지게 하소서 성동혁, 속죄양 더보기 사람들 틈에 끼인 살아 본 적 없는 생을 걷어 내고 싶었다 사람들 틈에 끼인 살아 본 적 없는 생을 걷어 내고 싶었다. 모든 게 잘 보이게 다시 없이 선명하게 난 오늘 공중전화통을 붙잡고 모든 걸 다 고백한다. 죽이고 싶었고 사랑했고 하늘을 나는 새를 보라는 성경 구절에도 마음이 흔들린다고. 그리고 오늘은 목요일. 죽이 끓든 밥이 끓든 나는 변하지 못했고 또 목요일. 형상이 없으면 그림이 아니야. 따귀 한 대에 침 한 번씩 뱉고 밤을 새우면 신을 만날 줄 알았지. 그림 같은 건 잊은 지 오래라는 녀석들 몇 명과 그들의 자존심과 그들의 투항과 술을 마신다. 그중에 내가 있다. 오늘은 목요일. 결국 오늘도 꿈이 피를 말린다. 그 꿈이 나한테 이럴 수가. 허연, 목요일 더보기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