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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글귀 & 대사

헤어지는 법을 모르는 소년을 찾고 있어 사랑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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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는 법을 모르는 소년을 찾고 있어 사랑하려고
사탕을 빨아 먹는 아이와 사탕을 깨물어 먹는 아이에 대해 나는 다 알고 있거든

소녀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줄무니 티셔츠를 좋아하던 아동이었다지 물감만을 바르지는 않겠어요 물의 속성으로 그대로 두세요 고운 색깔로 규정하기를 반복하는 소녀들 속에서 빠져나와 소녀는 과거로 노래한다 아빠가 죽고 엄마가 죽고 나는 죽지 않고 잘도 자라네 행복의 두 페이지는 죽음 상냥한 친구들도 거절할래 선물도 받지 않을래 기쁠 것도 없으니까 슬플 것도 없을 테지

소녀를 등장시키면 소년의 형태가 서서히 드러나는 법
이미 절반의 소년 옆에서 느끼는 girl 돌보는 boy를 만드는 것은 girl의 진리

숟가락 하나를 놓는 것은 끼니를 때우는 일 같지만 숟가락 두 개일 때는 화목한 식사로 보이기도 하니까 혼자가 싫은 소녀는 서둘러 소년을 만들어내려 한다 자칫 오차가 생겨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인색한 사람을 만들기도 하지만 소녀가 살고 있는 집의 적나라한 키친 앞에서는 어쩐지 벌거벗고 함께 먹는 소년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세련된 터치 방식은 없는 거니? 어떤 날은 내가 너무 싫고 어떤 날은 내가 너무 좋아 소년은 어떨까 기분이 좋아져야 예쁜 목소리가 나오지 안녕, 그동안 즐거웠어 쉽게 손 흔드는 것들을 영원히 떠나려고 해

창문을 닫고 잠들어야 하는 cold wind의 계절이 오면 '보살펴주다'와 '따뜻하다'를 훔쳐 적어 소년과 함께 겨울잠에 들기 전에 소녀는 떠나온 소년들에게 엽서를 띄우겠다고 한다 깊게 잠들기 전에 소녀는 완성한 소년과 동물원에도 다녀오기로 약속한다 소년이 동물 그 자체 그런 형태 그런 무늬 그런 상태를 꿈꾸기 전에 아담의 이브처럼 따 먹기 전의 태초의 마음처럼 조심스레 입으로 딸기를 옮기듯 소년 소녀 풀어 헤친 앞가슴과 배꼽을 보이고 마주 서 있어도 괜찮은 것처럼

이빨 상한다 살살 빨아서 천천히 녹여 먹으렴

사탕을 빨아 먹는 소년과 사탕을 깨물어 먹는 소년이 자라
사랑을 빨아 먹는 남자와 사랑을 깨물어 먹는 남자가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하면
벌레가 먼저 먹은 잎사귀인 듯 끼어드는 것들이 먼저 남긴 흔적이 더 먼저 보인다

사랑을 천천히 빨아 먹는 소년을 만들고 있어 오래 사랑하려고 나의 처음을 줄게 처음이 첫 번째는 아니야 너는 '무엇'을 줄 거니 '언제'를 줄 거니 아무것도 주지 않아도 돼 사실 나는 갖고 싶지는 않거든 소녀는 원하는 소년을 만들고 서둘러 만드는 방법을 삭제한다 소녀는 지워진다


황혜경, 소년을 만드는 방법적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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