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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글귀 & 대사

끝나지 않는 그런 여름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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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앞은 언제나 붐빈다 계단을 내려오다 말고 멈춘다 몇 번인가 종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종탑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거대한 종이 움직이는 것을 본 적도 없다 그것은 정말로 거대할까 궁금하지 않고 어디에도 없는 우리들의 슬픔을 위하여 곧 미사가 시작됩니다 그러니 기도하십시오 이 많은 기도를 두고 어디를 디뎌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기도하십시오 멀리서 매미가 울부짖는다 덥다 너무 덥다 기도하십시오 기도 말고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절룩거리며 지나가는 사내를 보았다 오후처럼 그는 흐리고 느렸다 그의 뒷모습은 그치지 않고 곧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이 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서 손으로 이마를 가려보지만 그늘은 생기다가 사라지고 끝나지 않는 그런 여름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유희경,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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