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글귀 & 대사 썸네일형 리스트형 여름 기억나지 않는다 얼어가는 사람을 끌어안는다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나 아름다운 얼어가는 사람들은 아름다움만 보여주었다 예감에 휩싸였던 시간 정말 신비였을까 검은 길을 걷는다 그와 함께 걷는다 단단하고 축축한 밤공기 텅 빈 그림자새 기억나지 않는다 멀리 있는 것들이 되살아난다 무슨 계절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여름 죽음처럼 분명해지는 것이 있었다 너와 나의 아름다움이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해도 아름다운 것이 있었다 박지혜, 여름 더보기 조용한 삶이란 건강한 사람들의 종교라고 생각했다 무얼까 멋있는 포스터를 사서 방에 걸어 두는 건 조명이 하나 둘씩 떨어지면 많은 의자가 빛나니까 단지 그것 때문에 공연을 보러간다. 내겐 의자에 앉아도 반짝반짝할 자유가 필요해서 사람들이 많고 모두 말이 없다. 믿는 것일까 아름다운 점으로 가득한 귓속을 나는 벌레 같아서 어깨와 팔꿈치처럼 도드라진 곳에는 격자무늬가 남을 거라고 생각했다. 조용한 삶이란 건강한 사람들의 종교라고 생각했다. 헤드라이트와 수은등이 위로만 손 뻗는 이유를 알고 있다고 생각 했다. 그것을 믿어 주는 사람은 절대 다수에게 사랑받아도 질투하지 않겠다고 나는 편협하여 기울어지는 방향으로 아침이 밝는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나란히 눈을 떳다. 콘서트에 가면 소중한 몸이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슴 아래서 흰 뼈를 붙잡고 있는 이들을 보았.. 더보기 사랑해, 좋아 같은 말은 죽어도 입에 안 익지 어제는 해가 뜨지 않았다 네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언니가 말했다 기쁘지는 않았다 내 소원은 항상 차선책이었다 우리는 이 신기한 일에 대하여 일기를 쓴다 나는 문장을 쓰고 언니는 그것을 소리내지 않고 읽는다 말하면 사라지는 문장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오늘은 힘든 일이 많았고 여전히 물과 잠은 달다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나는 안전하다 배고파, 추워 같은 말을 무심코 하기는 싫어 사랑해, 좋아 같은 말은 죽어도 입에 안 익지 우리도 안다 매일매일은 사랑할 수 없지 눈을 뜨면 더이상 눈뜨지 않아도 된다 부리 없는 새처럼 언니가 조용히 말한다 밤을 보내고 나면 많은 것을 잊어버리지만 내가 밤이 되면 밤에 일어나는 일들을 소유할 수 있어 새는 새의 영역에서 죽거나 살지 검은 눈꺼풀을 바라보며 나는 쓴다 몸에 일어나는 .. 더보기 죽은 가수의 노래만 듣는다 죽은 가수의 노래만 듣는다. 노래는 죽은 사람의 것이 제맛이지. 너는 살아 있어서 목소리가 심심해. 모서리에 서서 술을 마셨지. 토할 것처럼. 죽음에 전염될 수 있지 않을까. 죽은 자들은 노래를 잘해. 노래에서 좋은 냄새가 나지. 클럽에 머리를 두고 왔다. 그걸 찾으러 가야 하는데. 죽은 가수의 노래가 넘치는 곳. 정육점에 거꾸로 걸린 토끼 머리. 크레타의 정육점에는 노래가 있지. 너는 살아 있어서 노래를 못해. 살아 있는 자들에게 노래를 시키지 마. 나는 토끼처럼 뛰었지. 죽은 가수의 노래만 듣자. 한 번 듣자. 또 한 번 듣자. 모서리에 서서. 악보를 펼친다. 클럽에 머리를 두고 왔으니 노래는 뚝뚝 흐르지. 저녁이 오고 있어. 붉은 노래처럼 저녁이 온다. 노래는 전시되는 나의 것이 제맛이지. 너는 살.. 더보기 이것이 너의 슬픔이구나 이 딱딱한 것이 이것이 너의 슬픔이구나 이 딱딱한 것이 가끔 너를 안으며 생각한다. 이것은 플라스틱이다. 몸의 안쪽을 열 때마다 딱딱해지는 슬프고 아름다운 플라스틱 하지만 네가 부엉이라고 말해서 나는 운다. 피와 부엉이 그런 것은 불가능한 슬픔 종이와 철사 인디언보다 부드러운 것 그런 것을 떠올리면 슬픔은 가능하다. 지금은 따뜻한 저녁밥을 생각한다. 손으로 밥그릇을 만져보는 일은 부엉이를 더듬는 일 불가능한 감각 상처에 빨간 머큐로크롬을 바르고 너를 안으면 철사와 부엉이가 태어난다. 철사로 너를 사랑할 수 있다. 종이에서 흰 것을 뽑아내는 투석 그러나 너를 안으며 생각한다. 이것이 플라스틱이다. 다른 몸을 만질 때 슬픔이 가능해지는 불가능한 플라스틱. 이성민, 불가능한 플라스틱 더보기 사랑을 호명할 때 우리는 거기에 없었다 月, 당신은 장을 보러 나갔다 잘게 썰린 해파리를 사와서 찬물로 씻었다 베란다에선 파꽃이 피었고 달팽이는 그 위에 둥글게 앉아 있었다 火, 당신은 나를 차마 깨우지 못했다 똬리를 틀고 잠든 나의 테두리를 동그랗게 에워싸며 조용히 다가와 다시 누웠다 水, 당신은 기차를 탔다 덜컹이기 위해서 창문에 이마를 대고 매몰차게 지나가는 바깥풍경을 바라보기 위해서 나는 옥상에 의자를 내놓고 앉아 있었다 눈을 감고 귀를 깃발처럼 높이 매달았다 여린 기차 소리가 들렸다 木, 사랑을 호명할 때 우리는 거기에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사나운 짐승이 되어 있었다 동시에 서로가 서로에게 초식동물이 되어 있었다 두려움에 떨었다 당신의 떨림과 나의 떨림 사이에서 시뻘건 피가 흘렀다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들이 응혈처럼 물컹 만져졌다 金.. 더보기 일몰을 믿지 않는다 전화기가 꺼져 있다 꺼진 그의 마음을 캐묻는 대신 소매 끝으로 전동차의 유리창을 닦는다 팔이 접혀지는 안쪽에 통증이 살아난다 눈이 큰 짐승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일부처럼 여름 저녁의 짧은 철로는 윤곽이 뚜렷하다 저녁 여섯 시 오렌지 빛 잔광 속에 물끄러미 있다 찻물 끓이는 주전자가 엎질러진 오래 전 저녁 팔뚝 안쪽의 눈꽃 무늬 상흔은 저 절단된, 단절된 협궤열차의 팔뚝에 그리고 목요일의 오후에 걸쳐져 있다 금속성의 이가 시린 그것 내게 질문을 하고 싶다 아직도 사랑을 꿈꿔? 사람들은 일제히 가마우지 떼처럼 수면 가까이 유리창 가까이 붙어 서서 일몰을 내다보고 있다 뒷모습에 너무 많은 표정이 담긴 자를 믿지 않는다 일몰을 믿지 않는다 그저 사라지고 나는 물끄러미 있다 권현형, 일몰을 믿을 수 없다 더보기 늦봄의 바람이고 싶었다 나는 네 방에 음악을 불어넣는 늦봄의 바람이고 싶었다 그런데 수은 얼음 알갱이의 눈보라로 네 방을 질척질척 얼리고 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도 내가 춥다 영영 끝날 것 같지 않은 황폐함 피로, 암울, 막막, 사납게 추위가 삶을 얼려 비트는 황폐함 그러면서도 질기게도 죽을 것 같지 않은 황폐함 모르는 별로 너 혼자 추방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네 영혼을 뒤쫓는 것이 수은 얼음 알갱이의 눈보라라면? 아, 나는 네 영혼에 음악을 불어넣는 늦봄의 포근한 바람이고 싶었다 사실 나는 죽었는지 모른다 황인숙, 겨울밤 더보기 이전 1 ··· 5 6 7 8 9 10 11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