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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글귀 & 대사

사랑해, 좋아 같은 말은 죽어도 입에 안 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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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해가 뜨지 않았다
네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언니가 말했다
기쁘지는 않았다
내 소원은 항상 차선책이었다

우리는 이 신기한 일에 대하여 일기를 쓴다

나는 문장을 쓰고 언니는 그것을 소리내지 않고 읽는다
말하면 사라지는 문장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오늘은 힘든 일이 많았고
여전히
물과 잠은 달다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나는 안전하다

배고파, 추워 같은 말을 무심코 하기는 싫어
사랑해, 좋아 같은 말은
죽어도 입에 안 익지
우리도 안다
매일매일은 사랑할 수 없지

눈을 뜨면 더이상 눈뜨지 않아도 된다
부리 없는 새처럼 언니가 조용히 말한다

밤을 보내고 나면
많은 것을 잊어버리지만
내가 밤이 되면
밤에 일어나는 일들을 소유할 수 있어

새는 새의 영역에서 죽거나 살지
검은 눈꺼풀을 바라보며 나는 쓴다

몸에 일어나는 보풀을 만져본 적이 있다
전혀 부드럽지도 않고
질 나쁜 카펫 같았다
슬픈 감각을 학습할 때
만져보면 좋겠어

나는 두번째
언니는 나의 두번째

우리는 위험한 처음으로부터 안전하다

우리는 소원 살해의 피의자다
어느 쪽도 범인이 되지는 않는다
언니에게 보내고 싶은 사랑은
어젯밤의 사랑이고
언니를 미워하지 않으려는 마음은
비밀이 된 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한번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우리는 그렇게 해야만 하지만
어느 쪽도 방법을 모른다

해가 뜨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는 흰색과 검은색을 모두 공간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어디든지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언니는 언니가 되지 않아도 괜찮았다


장수양, 언니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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