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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귀

혼자 깊은 바닷속에서 데굴데굴 계속 굴러다니겠지 "깊고 깊은 바닷속 난 거기서 헤엄쳐 나왔어 그곳은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안 불고 비도 안와 정적만 있을 뿐이지 별로 외롭지도 않아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냥 천천히 시간이 흐를 뿐이야 난 두 번 다시 거기로 돌아가지는 못할 거야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 잃은 조개껍데기처럼 혼자 깊은 바닷속에서 데굴데굴 계속 굴러다니겠지 그래도 그것도 나쁘지 않아"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中 더보기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래. 그저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네, 알아요." 조제가 말했다. 프랑소와즈 사강, 『한 달 후 일 년 후』,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中 더보기
발끝으로 파도가 밀려들었다가 빠져나가곤 했다 눈을 감고 심장 소리를 들었을 때 사과가 떠올랐다 씹고 있던 사과에서 벌레가 나오면 두 눈이 두근거렸다 옷장을 열자 언젠가 받았던 편지지가 우수수 쏟아졌고 방바닥이 젖었다 나는 편지지를 쓸어 모으는데 자꾸만 손바닥이 차가워졌다 다른 사람들이 너의 유서를 찾으며 편지를 가져가려 했다 기억하고 싶은 일보다 반대의 일이 자주 떠오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네가 옥상에서 춤을 추면 어릴 적에 베란다 밖으로 열대어 하나씩 떨어뜨리던 기억이 났고 숨이 점점 가빠졌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발끝으로 파도가 밀려들었다가 빠져나가곤 했다 창밖으로 나뭇잎이 떨어지고 비가 내리고 사람이 투신한다면 아직도 옷장에서 쏟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생각했다 언젠가 떨어지기 직전의 열대어와 눈이 마주친 듯한 느낌, 느낌이 추락하고 .. 더보기
계속해서 슬프다 슬프다 슬프다고 중얼거렸어 하나의 입술로 너무 많은 이름을 낭비했구나 내가 나를 모르면서 너를 부르고 또 너를 부르고 슬프다고 말했다 의미가 퇴색될 때까지 계속해서 슬프다 슬프다 슬프다고 중얼거렸어 나는 우리라는 이름 안에서 망가지고 있다 안타까워 사랑을 불신하는 세상 사람들이 마음의 벽을 향해 돌을 던지고 뒤돌아서는 순간 벽이 와장창 무너지고 안타까워 나는 내가 무너질 때마다 억울하고 분해서 어금니에 금이 가도록 이를 다물었다 입속에서 무언가가 씹힐 때마다 너의 창문도 깨져 있겠구나 너도 많이 안타까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고 너의 마음에 돌 던진 이를 모두 죽여야겠어 안타깝다 이제 나는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생겨서 죽지도 못하지 몇 개의 주먹이 쌓여야 하나의 시체가 완성되는 걸까 너를 바라볼 때마다 나는 한 번도 한 적 없던.. 더보기
난 곧 행복해질 것 같애 난 곧 행복해질 것 같애 새벽 잠자리에서, 반쯤 깨어 뒤척이며 그런 생각을 해 베개를 밀고 요 호청에 얼굴을 묻고 엎드리며 반쯤은 넋이 나가고 반쯤은 가장 분명히 깨어 난 행복해질 것 같애 곧 양애경, 새벽 더보기
너와의 이별은 도무지 이 별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너와의 이별은 도무지 이 별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멸망을 기다리고 있다. 그 다음에 이별하자. 어디쯤 왔는가, 멸망이여. 심보선, 이 별의 일 더보기
울음은 울음답고 사랑은 사랑답고 싶었는데 "세상에는 사람 수만큼의 지옥이 있어." 귀밑머리를 쓸어올리듯이 네가 말했을 때 아름다운 네 앞에 서면 늘 지옥을 걷는 기분이니까 그 어둠 속에서 백기같이 흔들리며 나는 이미 어디론가 투항하고 있었다 네 손금 위에 아무것도 놓아줄 게 없어서 손을 꼭 쥐는 법밖에 몰랐지만 신이 갖고 놀다 버린 고장난 장난감 같은 세상에서 퍼즐처럼 우리는 몸이 맞는다고 믿었었고 언제까지나 우리는 서로에게 불시착하기로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우리가 비는 것은 우리에게 비어 있는 것뿐이었다 삶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나? 습관 우리는 살아 있다는 습관 살아 있어서 계속 덧나는 것들 앞에서 삶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나? 불행 그것마저 행복에 대한 가난이었다 통곡하던 사람이 잠시 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를 때 그는 우는 것일까 살려는 것일까 울.. 더보기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 별들을 바라본다 정호승, 고래를 위하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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