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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

꿈에서 마주치는 것들은 왜 하나같이 내 것이 아닐까 밤을 겉돈다 꿈에서 마주치는 것들은 왜 하나같이 내 것이 아닐까 이훤, 반복재생 더보기
평범하게는 죽지 마 바다를 기억해야지 잠이 없으면 죽음이 극적일 텐데 고인밤은 고인 채로 두기 낯선 사람과 사랑하다 말고 시들어버린 꽃을 냉장고에 넣는다 마음이 언 꽃은 몸에 가시를 키운다 내부의 시간을 생각하면 회전문이 돌아간다 서성이며 통과하지 못하는 이름을 기억해내야 꽃이 사라진 공간에 별이 자랄 테지 어제 잡은 아이가 방을 기어 다닌다 목숨을 묶어 낚시하는 인간들 헤엄이 지루한 아이는 허공을 물어버린다 옆방에서 누군가 음모를 꾸미든 말든 아침을 부르는 창을 노크하며 이름을 묻는다 지옥에 핀 꽃의 꽃말은 제1의 정충만이 살아남아 지구와 수정될 것이다 제1은 너여야 하고 모두를 이긴 넌 무엇으로 태어날지 걱정을 한다 나는 아이의 어미 폐가의 슬픈 자리에 알을 슬었다 허락도 없이 태어나 자라는 아이는 뱀의 혀를 가끔 보였다 밤새 아이를 때.. 더보기
눈동자 하나 없는 섬을 걸었다 말 그대로 눈동자 하나 없는 섬을 걸었다 가을이 서러워서 그랬다 바다는 하늘을 가졌고 때때로 내 얼굴을 가지기도 하였지만 나는 그저 빈 섬에 몸담은 유일한 슬픔이었다 글이 책에 묶여 있는 것처럼 숲에 묶여 있는 유일한 슬픔이었다 언제 흘렸는지 모르는 내 얼굴을 바다 표면에서 발견하는 것처럼 혼자 있어야 발견될 수 있는 슬픔이었다 혼자 있어서 발견된 질문도 하나 있었다 섬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나 답을 허공에 부탁했을 때 아무런 대답이 없었으므로 내 나름대로 생각해야 했다 생각은 가꿔도 칙칙했다 불어오는 바람에 기적은 없었다 기적을 바라지 않으니 참을 것도 없었다 빛을 비춰볼 것도 없었다 이원하, 눈동자 하나 없는 섬을 걸었다 더보기
혼자 깊은 바닷속에서 데굴데굴 계속 굴러다니겠지 "깊고 깊은 바닷속 난 거기서 헤엄쳐 나왔어 그곳은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안 불고 비도 안와 정적만 있을 뿐이지 별로 외롭지도 않아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냥 천천히 시간이 흐를 뿐이야 난 두 번 다시 거기로 돌아가지는 못할 거야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 잃은 조개껍데기처럼 혼자 깊은 바닷속에서 데굴데굴 계속 굴러다니겠지 그래도 그것도 나쁘지 않아"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中 더보기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래. 그저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네, 알아요." 조제가 말했다. 프랑소와즈 사강, 『한 달 후 일 년 후』,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中 더보기
발끝으로 파도가 밀려들었다가 빠져나가곤 했다 눈을 감고 심장 소리를 들었을 때 사과가 떠올랐다 씹고 있던 사과에서 벌레가 나오면 두 눈이 두근거렸다 옷장을 열자 언젠가 받았던 편지지가 우수수 쏟아졌고 방바닥이 젖었다 나는 편지지를 쓸어 모으는데 자꾸만 손바닥이 차가워졌다 다른 사람들이 너의 유서를 찾으며 편지를 가져가려 했다 기억하고 싶은 일보다 반대의 일이 자주 떠오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네가 옥상에서 춤을 추면 어릴 적에 베란다 밖으로 열대어 하나씩 떨어뜨리던 기억이 났고 숨이 점점 가빠졌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발끝으로 파도가 밀려들었다가 빠져나가곤 했다 창밖으로 나뭇잎이 떨어지고 비가 내리고 사람이 투신한다면 아직도 옷장에서 쏟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생각했다 언젠가 떨어지기 직전의 열대어와 눈이 마주친 듯한 느낌, 느낌이 추락하고 .. 더보기
계속해서 슬프다 슬프다 슬프다고 중얼거렸어 하나의 입술로 너무 많은 이름을 낭비했구나 내가 나를 모르면서 너를 부르고 또 너를 부르고 슬프다고 말했다 의미가 퇴색될 때까지 계속해서 슬프다 슬프다 슬프다고 중얼거렸어 나는 우리라는 이름 안에서 망가지고 있다 안타까워 사랑을 불신하는 세상 사람들이 마음의 벽을 향해 돌을 던지고 뒤돌아서는 순간 벽이 와장창 무너지고 안타까워 나는 내가 무너질 때마다 억울하고 분해서 어금니에 금이 가도록 이를 다물었다 입속에서 무언가가 씹힐 때마다 너의 창문도 깨져 있겠구나 너도 많이 안타까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고 너의 마음에 돌 던진 이를 모두 죽여야겠어 안타깝다 이제 나는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생겨서 죽지도 못하지 몇 개의 주먹이 쌓여야 하나의 시체가 완성되는 걸까 너를 바라볼 때마다 나는 한 번도 한 적 없던.. 더보기
난 곧 행복해질 것 같애 난 곧 행복해질 것 같애 새벽 잠자리에서, 반쯤 깨어 뒤척이며 그런 생각을 해 베개를 밀고 요 호청에 얼굴을 묻고 엎드리며 반쯤은 넋이 나가고 반쯤은 가장 분명히 깨어 난 행복해질 것 같애 곧 양애경, 새벽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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