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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살면서 가장 외로운 날엔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다 모두 다 떠돌이 세상살이 살면서 살면서 가장 외로운 날엔 누구를 만나야 할까 살아갈수록 서툴기만한 세상살이 맨몸 맨발 맨손으로 버틴 삶이 서러워 괜스레 눈물이 나고 고달파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모두 제멋에 취해 우정이니 사랑이니 멋진 포장을 해도 때로는 서로의 필요 때문에 만나고 헤어지는 우리들 텅 빈 가슴에 생채기가 찢어지도록 아프다 만나면 하고픈 이야기가 많은데 생각하면 눈물만 나는 세상 가슴을 열고 욕심없이 사심없이 같이 웃고 같이 울어줄 누가 있을까 인파 속을 헤치며 슬픔에 젖은 몸으로 홀로 낄낄대며 웃어도 보고 꺼이꺼이 울며 생각도 해보았지만 살면서 살면서 가장 외로운 날엔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다 살면서 살면서 가장 외로운 날엔 내 곁에 아무도 없었다 용혜원, 살면서 가장 외로운 날 더보기
미안해 당신을 밀어버릴 수밖에 없었어 미안해 당신을 밀어버릴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자 무수한 방향에서 쏟아지는 소나기 화요일에서 월요일로 부서진 사월에서 시월로 나의 손가락 사이로 그리고 손바닥에 묻어 있는 반짝이는 당신의 파편들 반짝이는 햇빛 반짝이는 손톱 그랬을지도 모르지 그냥 당신의 손톱이 약간 깨진 것일지도 혹은 아주 잠깐 내가 눈을 붙였을 뿐일지도 정말 미안해 손바닥에서 반짝이는 당신 당신의 눈 속에서 반짝이는 그를 당신이 아니라 내가 잊을 수가 없었어 신해욱, 한없이 낮은 옥상 더보기
나는 널 좋아해 망했다 이성적으로 멈췄는데 감정이 멈춰지지 않으면 사랑은 더 독해진다. 나는 널 좋아해. 망했다. 그런데 우린 닮아 있잖아? 아마 안 될 거야. 동질감에 배신당하면 데미지가 더 크다. 그러니까 넌 햇살 같은 사람이나 만나려무나. 치유계 여신으로다가. 그런데 네 미래도 참 암담하다. 불안함과 강박은 숲에 버리렴. 그전에 네 숲 하나 만드는 것 잊지 말고. 언젠가, 그 숲에 동물이 뛰어다니면, 구경 가겠다. (예언 S-1 가운데) 권민경, 나와 너에 대한 예언 더보기
서로 잘라내고 싶은 신체 부위에 줄을 그어주었다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나날 속에서 책을 읽었다 형광펜으로 밑줄을 친다면 문장은 반짝이고 그것은 중요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것이 되었다 너의 몸속에서 자리 잡고 있다는 혹을 생각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영화와 책을 보며 우리는 세계로부터 격리되려 했다 종종 안부를 묻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손금을 보여주며 무슨 소리가 들리냐고 되물었다 가라앉고 있는 섬이라고 여겨도 좋았다 언제부터인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영화 속의 인물들은 이미 만들어진 줄거리에 따라 슬퍼하고 이별했다 결말에 대해 말하면 너는 내가 금기라도 언급한 듯이 화를 내고 폭염이 폭우를 몰아내고 그게 스크린 속의 일인지 스크린 너머의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서로 잘라내고 싶은 신체 부위에 줄을 그어주었다 산책이라도 나가면 우리는 손을 잡고 걸으며 손금이 구.. 더보기
그는 바람 부는 날엔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을 붙잡고 있지 못할 거 같다고 손이 저리면 몸속에 피가 돈다는 것이 이상했다 달이 유난히 크게 보인다고 그가 말했을 때도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이 "신이 잔디를 자라게 했다면 우리는 초원을 가꿔야지. 그게 사람이고 그게 사랑이잖아." 그는 불을 오래 바라보면 손끝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온몸에 화상 자국이 가득했고 매일 밤 강물에 투신한다는 꿈 이야기를 들었다 저 멀리서 어느 여자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도 그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는 잔디를 가꾸겠다고 했지만 나는 바람 부는 소리를 사랑하겠다고 다짐했다 결심과 결정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게 될 텐데 지구와 달이 조금씩 멀어진다는데 중력이 다 무슨 소용일까 유리창을 바라보면 창밖의 내가 방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싫어서 온통 창문을 열.. 더보기
그냥 너가 죽지 말래서 사는 거다 2015.01.26 그냥 지금 자살해야겠다. 너무 괴롭다. 진짜 너무 많이 괴롭고 왜 사는지 정말 모르겠다. 이렇게 괴로우려고 사는 거면 그냥 살기 싫고 딸 같은 것도 낳기 싫다. 사랑도 필요가 없고 그냥 자살하면 되는 것 같다. 시 같은 것도 쓰기 싫다. 돈 같은 것도 벌기 싫고 음식 같은 것도 먹기 싫다. 그냥 너가 죽지 말래서 사는 거다. 김승일, 『1월의 책』 더보기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 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 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허연, 칠월 더보기
그래요, 사랑은 나의 치명적인 약점이어서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어서 어릴 때부터 나는 늘 끝을 궁금해했지요 동화책을 읽어도 만화영화를 보아도 그래서 마지막에 다들 어떻게 되는지 그는 어떻게 그녀는 어떻게 그녀가 기르던 작은 고양이는 어떻게 그 고양이가 가지고 놀던 동그란 공은 어떻게 될까 숨을 참고 허겁지겁 따라갔지요 이미 죽은 사람들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보다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고 싶어했지요 마지막 눈을 감던 순간 그는 어디에 있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표정으로 어떤 손짓을 했는지 누가 그 곁을 지켰는지 혹은 그저 홀로 마지막을 맞았는지 그래서 쓸쓸했는지 그래서 불안했는지 그래서 안도의 긴 숨을 내쉬었는지 그런 것들이 알고 싶었지요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할 때도 나는 항상 끝을 먼저 생각했지요 먼 훗날 지금의 기억들이 내게..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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