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글귀 & 대사 썸네일형 리스트형 당신은 나의 괴로움을 모른다 내 손을 주머니로 가져갔던 그 저녁은 살아있는듯 몹시 추웠다. 물건처럼 나는 한쪽 손을 전달했다 낯선 골목을 익숙한 듯 바라본다 당신은 나의 괴로움을 모른다 당신은 나의 정처없음을 모른다 당신은 이 세계가 곧 무너질 것을 모른다 우리는 잠시 코트 주머니 속의 공간을 절반씩 나누어 가졌다 당신이 그 순간을 기억해낼 수도 있다는 희미한 가능성을 나는 염두에 둔다 우리가 아주 오래전에 한 번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당신이 하게 되려는 그 순간 손은 주머니에서 문득 빠져나왔다 그날 밤은 몹시 추웠던가 당신의 주머니에 들어갔다 나온 손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와 단정하게 손목 아래 가만 놓여졌다 당신이 하려던 생각처럼 우리는 죽기 전에 한 번쯤 만났을지도 모른다 온전하지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 기억이란 무엇인가.. 더보기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의 삶은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었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의 삶은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었다. 꿈을 저울질해야 했고 숱하게 많은 밤이 소란스러운 고민들로 일렁였다. 누군가의 조언이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던 때도 있었고, 누가 뭐라고 하든 오직 나만을 위해 내린 결정들도 있었다. 그 수많은 선택과 결정들은 마냥 일관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오로지 확률에 의지한 것도 아니었다. 때로는 어떤 결정도 내릴 수가 없어 삶을 방관하여 먼 길을 돌아간 적도 있었다. 허나, 과정이야 어찌됐든 그 책임은 나의 몫으로 돌아왔다. 후회해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 현실은 꽤나 명료하다. 따지고 보면 아마, 그때의 나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대안의 삶이 아닌, 오늘날까지 이렇게 살아온 데에는 분명 그 순간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 더보기 언젠가 네가 그만 살고 싶은 듯한 얼굴로 나를 봤던 걸 기억해 언젠가 네가 그만 살고 싶은 듯한 얼굴로 나를 봤던 걸 기억해.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어. 네가 계속 살았으면 좋겠는데 고작 내 바람만으로 네가 살아서는 안 되잖아. 살아가려면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들이 있어야 하잖아. 울다가 잠든 네 모습을 한참 봤어. 아침이면 일어나고 싶은 생을 네가 살게 되기를 바랐어. 왜냐하면 나는 너 때문에 일찍 일어나고 싶어지거든. 일도 하고 너랑도 놀아야 해서 하루가 얼마나 짧은지 몰라. 네 규칙적인 숨소리를 들으며 이 책의 마지막 시를 읽었어. ... 잠든 너랑 덮은 한 이불 속에서 나는 조금 울었어. 이 시집이 고단하고 슬퍼서.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닐 거라서. 끊임없이 지나가는 동시에 반복되는 생들 속에서도 어떤 사랑은 자꾸만 기억이 난다는 게, 기억이 나서 .. 더보기 청춘은 왜 푸를 청을 쓰는 거죠 청춘이 다 뭐예요 청춘은 왜 푸를 청을 쓰는 거죠 나는 파랗고 낮은 담에 칠해진 가짜 구름에 손바닥을 대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는데 곧 무너질 것의 참혹한 너머를 알고 있는데 누가 자꾸 나를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허울 좋은 담벼락에 가두는 거죠 더보기 애인에게선 나비 냄새가 났다 애인에게선 나비 냄새가 났다 날개뼈를 긁어 주면 애인은 애벌레처럼 왼 겨드랑이를 파고들어 온다. 나는 침묵했고 애인은 나비가 되고 싶다는 말을 주문 걸듯 반복했다. 나비처럼 말하고 나비처럼 울고 나비처럼 속상해하며 눈에 띄게 말라 갔다. 며칠씩이 누에잠을 자고 의식이 있을 때도 최소한의 물만 마시고 이따금 냉소 띤 얼굴로 자신의 손목을 깨물어 달라고 했따. 나비의 피가 흐를 것 같아 필사적으로 나비가 되고 있는 애인의 몸부림에 대해 기록하지 않기로 결심한 그 하루조차 우리는 연대한 적이 없었다.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의 두 번째 문장처럼 우리는 겨우겨우 서로를 정다워했을 뿐. 애인은 이제 나비처럼 숨을 쉬는떼 (나만 다시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아프도록) 그것이 흉기가 되어 나를 조롱하고 아예 나비가.. 더보기 울어도 바뀌는 건 없으며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린 다 죽었지 그런데 우리가 죽었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 우린 이미 죽었어요 말해도 모른다 매일 갑판을 쓸고 물처오를 하고 죽은 쥐들과 생선, 서로의 시체를 바다로 던져 버리고 태양을 본다 태양은 매일 뜨지 태양은 죽지 않아 밤이면 우리가 죽었다는 것을 죽음 이후에도 먹고 자고 울 수 있으며 울어도 바뀌는 건 없으며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검은 쌀과 검은 물과 검은 밤의 폭풍을 오래오래 이가 녹아 사라질 때까지 씹는다 침수와 참수와 잠수의 밤 언젠가 우린 같은 꿈을 꾸었지 아주 무서운 꿈이었는데 꿈에서 본 것을 설명할 수 없어 잠에서 깬 우리는 모두 울고 있었다 아침이면 다시 태양 아래 가득 쌓여 있는 형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들 풍량을 일으킨 거센 비바람은 누군가의 주문이었다는데 어째서 이런 .. 더보기 네가 나를 보고 등대처럼 웃었어 잠시 눈이 멀었던 것은 비밀로 할게 너와 밤을 헤엄치는 꿈을 꿨어 우리는 누구도 발 딛지 않은 섬에 가 닿았어 하늘에는 파도가 치고 아무도 이름 지어 주지 않은 별의 군락이 있었지 이름 없는 물고기 떼가 수면 근처를 은하수처럼 헤엄칠 때 네가 그곳을 가리켰어 나는 쳐다볼 수 없었지 너무 낭만적인 것을 너와 함께하면 벼락처럼 너를 사랑해 버릴까 봐 네가 나를 보고 등대처럼 웃었어 잠시 눈이 멀었던 것은 비밀로 할게 네가 무슨 말을 꺼낼 때 고래의 울음이 머리 위를 지나갔어 너는 내게 불멸처럼 사랑한다 했을까 누구도 믿지 않는 허구의 전설이 너라면 나는 질긴 목숨처럼 믿기로 했어 너는 옅은 거품처럼 사라졌나 꿈 안의 꿈으로 도망쳐버렸나 눈을 뜨니 너는 없고 베개에서 짠내가 났어, 창밖은 여전히 푸른 물로 가득 차 있었지 천 년도 아깝지 않은 .. 더보기 천국에도 가고 싶지 않아 거기서도 살아야 하니까 저번 여름에 죽을 거라고 말했던 사람으로부터 먼저 연락이 왔다 익선동에서 보자고 했다 그는 지근거리에 살고 있으면서도 익선동은 처음이라고 했다 가까워서 늦은 저녁에 만나 안부를 묻자 그가 대답했다 천국에도 가고 싶지 않아 거기서도 살아야 하니까 매미가 얼마나 길게 우는지 측정하기 위해 머리 위로 무언가가 지나가는 동안 생겨나고 있고 없어지고 있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걸었다 좋은 곳들에 대해 지친 그는 처마 아래 쭈그려 앉아 손으로 이마를 가리며 눈을 찡그렸다 만둣집 앞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어서 나는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다 하얀 수증기 속에서 언뜻언뜻 생각나는 사람들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 방금 도착한 사람이 종업원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천국이 우유 한 잔이라면 좋을 텐데 어떤.. 더보기 이전 1 ··· 21 22 23 24 25 26 27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