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지금까지의 삶은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었다.
꿈을 저울질해야 했고 숱하게 많은 밤이 소란스러운 고민들로 일렁였다.
누군가의 조언이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던 때도 있었고, 누가 뭐라고 하든 오직 나만을 위해 내린 결정들도 있었다.
그 수많은 선택과 결정들은 마냥 일관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오로지 확률에 의지한 것도 아니었다.
때로는 어떤 결정도 내릴 수가 없어 삶을 방관하여 먼 길을 돌아간 적도 있었다.
허나, 과정이야 어찌됐든 그 책임은 나의 몫으로 돌아왔다.
후회해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 현실은 꽤나 명료하다.
따지고 보면 아마, 그때의 나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대안의 삶이 아닌, 오늘날까지 이렇게 살아온 데에는 분명 그 순간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지난 선택을 되돌릴 가장 현명한 방법은 새롭게 시작하거나, 그때의 결정을 믿어보는 일뿐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우리는 또 후회하고 되돌아보고 만약에, 만약에, 하면서 대안의 삶을 더듬어보겠지.
다만, 인생이란 것이 언제나 맑고 옳을 수는 없으니까.
후회라는 건 어렵지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실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아파하면서 슬픈 이별을 겪을 이유도 없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 날의 찬란함을, 그날의 눈빛을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던가.
다시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다 할지라도, 아마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될 거다.
그때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으니까. 그날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기꺼이 사랑하고 아낌없이 상처받을 것이다.
최선이라는 단어에, 대안은 없으니까. 어떤 결정을 내리든 선택에 있어 완벽한 상황이란 있을 수 없다.
조금이라도 후회가 덜 남을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택한 그날의 나를 존중해 줄 뿐이다.
김민준,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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