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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나는 늘 아파 딸기밭을 걷고 있어 자박자박 네게로 가는 길이야 네게선 절망적인 맛이 나는구나 11월의 모든 날은 너를 위한 거야 그러니 날 마음껏 다뤄 줘 고양이처럼 내 쇄골을 핥아 주면 좋겠어 까끌까끌한 네 혀에선 핏빛이 돌겠지 한번 으깨진 마음은 언제쯤 나을까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서 나는 나를 설득할 수가 없어 그래도 네게선 딸기향이 나 세상이 조금 더 우울해지고 있는데도 너는 맛있고 맛있고 맛있어 심장이 뛰어 어느 날 내가 숨을 쉬지 못하면 얌전한 키스를 하면 돼 맛있겠다 그런 식으로 바라보지 마 너는 미소 짓는 법을 다시 배워야겠구나 푸른 박쥐처럼 날고 싶어 밤이 오면 나방 떼처럼 아무 곳이나 쏘다니겠지 온몸에 멍이 들고, 눈물로 얼룩진 발목 쓰다듬어 줄래? 관자놀이 밑을, 턱 선을, 감은 눈을 그러니 날 마음.. 더보기
밤이 되면 속을 게워내고 두 발이 녹고 네가 보였다 밤이 되면 속을 게워내고 두 발이 녹고 네가 보였다 너는 환하게 웃고 있다 ‘날 사랑하니?’ 너는 입모양이 보이는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너는 너의 존재를 확인하려 자꾸 내게 물었다 너의 입술이 흐려지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한낮이었다 너는 사라지고 없는데 어디선가 너의 질문이 계속 들렸다 양안다, 이명 더보기
잊지 않겠다고, 내가 너를 참 좋아했다는 것 잠들기 전에 나는 어서 너를 떠올려야지 ​새벽이 목마르고 영원이 썩었는데 다시 눈 뜰 수 있을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의심하고 있는 인간의 가장 비천한 순간에 나는 너를 한 번 더 그리워해야지 ​예수는 아무것도 맹세하지 말라고 가르쳤지만 사랑은 씻을 수 없는 죄로 서로의 안부를 맹세하는 것 ​왕도 왕국도 사라진 유적의 돌계단 위에 금방 처형할 것처럼 목을 숙이고 앉아 ​죽이고 싶은 이름들을 수첩 귀퉁이에 적어 내려가던 그 어느 날의 사악함으로 이를 악물어야지 잊지 않겠다고, 내가 너를 참 좋아했다는 것 이응준, 안부 더보기
길이 없어도 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고 눈을 다 감고도 갈 수 있느냐고 비탈길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답했다 두발 없이도 아니, 길이 없어도 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고 김현태, 첫사랑 더보기
너를 생각하면 우주 어딘가에서 별이 태어난다 너를 생각하면 우주 어딘가에서 별이 태어난다 폭우가 나에게만 내린다 지금 당장 천둥이라도 껴안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너와 나 사이에 놓인 길의 모래를 전부 셀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름만 읊어도 세상의 모든 것들이 눈물겨워진다 그리움이 분주해진다 나에게 다녀가는 모든 것들이 전부 너의 언어 너의 온도 너의 웃음과 너의 악수였다 지금 생각하니 그게 모두 사랑으로 말미암아 사랑으로 저무는 것들이었다 서덕준, 자목련 색을 닮은 너에게 더보기
내 불행을 모조리 팔아 찰나의 행복을 사는 일이 사랑이기도 했다 너는 내가 없다고 세상이 엎어지거나 외로워지거나 사무치지 않겠지만, 나는 네가 없는 작은 순간에도 땅과 하늘이 구분되지 않았다. 안경을 벗고 보는 것처럼 모든 세상의 경계가 흐드러졌다. 와중에도 너 하나만 선명해서 깊이 외로웠다. 너를 만나 내 사랑은 자주 울었지만, 더 환하게 웃기도 했다. 사랑이 하는 일 열 가지 중 아홉이 슬프다면, 하나가 기뻤다. 내 불행을 모조리 팔아 찰나의 행복을 사는 일이 사랑이기도 했다. 백가희, 사랑의 일 더보기
내 사랑이 멸종되게 해 주세요 너무 소중해서 가끔은 꺼내보고 지켜보기만 해도 좋은 사랑해 좋아해 너밖에 없어 같은 말들은 다 단순하고 지겹고 허무맹랑하게 들릴까 봐 더욱 극단적이고 귀 안에 틀어박혀 빠져나오지 않는 말들을 쓰고 싶었다 마치 태초의 언어처럼 태어나자마자 들은 말처럼 그러니까 오늘은 나를 죽여도 돼 멸종하는 동물 대신 내 사랑이 멸종되게 해 주세요 상현, 허영 中 더보기
인간을 무너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 인간을 무너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의 일부가 되는 것 그리고는 사라지는 것 박가람, 젠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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