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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글귀 & 대사

봄이 와도 죽음은 유행이었다 봄이 와도 죽음은 유행이었다 꽃이 추락하는 날마다 새들은 치솟는다는 소문이 떠돌고 창밖엔 하얀 유령들만 날렸다 네 평 남짓한 공간은 개의 시차를 앓고 핏줄도 쓰다듬지 못한 채 눈을 감으면 손목은 파도의 주파수가 된다 그럴 때마다 불타는 별들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누구나 살아 있는 동안 심장 끝에서 은하가 자전한다는 사실을 안다 늙은 항성보다 천천히 무너져가는 지구라면 사각의 무덤 속에는 더러운 시가 있을까 흙에서 비가 차오르면 일 초마다 꽃이 지는 순간 육십 초는 다음 해 꽃나무 퍼지는 담배 향을 골목에 앉아 있는 무거운 돌이라 생각해 보자 얼어붙은 명왕성을 암흑에 번지는 먼 블랙홀이라 해 보자 천국은 두 번 다시 공전하지 못할 숨이라 하자 이것을 혁명이자 당신들의 멸망이라 적어 놓겠다 몇백억 년을 돌아서.. 더보기
봐봐, 우리의 사랑이 얼마나 하찮니 강바람이 말한다. 너의 목소리로 들린다. 사랑은그무엇도될수없단다. 봐봐, 우리의 사랑이 얼마나 하찮니. 우리의 사랑이 얼마나 힘이 없니. 백가희, 미소의 미소 더보기
나의 불행은 누가 꿈꾸던 미래였을까 나를 치열하게 했던 착란들은 어디로 갔을까 창밖 가로등은 제시간에 불을 밝힌다, 여느 때처럼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른 채 나는 저주하는 이유를 모르고 여전히 저주한다 불행하게 태어나는 건 없다는 당신의 말을 너 따위가 알까, 추락한다는 것 죽을힘으로 뿌리치면 죽을힘으로 되돌아오는 부메랑 같은 인간을 향한 갈망을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맹목의 시간 속에 뜨내기 같은 마음의 바큇자국을 망망연히 들여다보다가 나는 무서운 게 없어져버렸다 필연을 따라서 언제든 부고장 물고 이 천공으로 회귀할 철새들 너무 오래 삶의 객지에 노출되어 있었다 죽은 별들의 궤적사진에서 참혹한 선의를 본다 나의 불행은 누가 꿈꾸던 미래였을까 이현호, 궤적사진 더보기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말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욌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나희덕, 푸른밤 더보기
네가 나에게 걸어오던 소리가 기억나 호랑이가 담을 넘어왔어도 나는 무섭지 않았을 거야. 네가 있으니깐. 네가 나에게 걸어오던 소리가 기억나. 나는 이제 무섭지 않아. 영화 조제 中 더보기
친구는 곧 죽을 매미처럼 울었다 몸에 감기는 모든 공기가 무거웠던 밤 회사에서 해고당한 친구의 등을 말없이 토닥였다 친구는 곧 죽을 매미처럼 울었다. ​ 다리 위로 지나는 자동차 소리에 어디 있는지 모를 풀벌레의 울음은 가끔 묻히긴 했어도 강가 어딘가에서 꿋꿋이 울었다 살아 있다고 ​ 빛 하나도 없던 밤 가로등이 깜빡이는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며 친구는 누군가의 별이 되겠다고 이 별을 떠났다. ​ 가족도 없는 친구의 자취방에서 달랑 박스 하나를 들고 나왔을 때 친구가 살아 온 인생을 생각했다. ​ 마당에 떨어져 배를 내보이는 매미는 더이상 울지 않았다 세상에 나오기 위해 힘 쏟다 울고만 가는 생을 생각했다. 김수현, 여름 더보기
당신과의 추억마저 없었다면,​ 난 그저 느리게 자살하는 삶이었을거라 생각한다 youtu.be/zGPNQ8Vzxx0 당신과의 추억마저 없었다면,​난 그저 느리게 자살하는 삶이었을거라 생각한다.​그런 나는 당신에게 하나의 파편에 불과하다 해도 좋을 것이다.​난 단지, 당신과의 추억이 나의 이기심이 아니었길 진심으로 바랄뿐이다. 더보기
때로 저무는 시간을 바라보고 앉아 자살을 꿈꾸곤 했다 눈을 깜박이는 것마저 숨을 쉬는 것마저 힘들 때가 있었다 때로 저무는 시간을 바라보고 앉아 자살을 꿈꾸곤 했다 한때는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 내가 남을 버리는 것보다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무가 흙 위에 쓰러지듯 그렇게 쓰러지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당신 앞에 한 그루 나무처럼 서 있다 류시화 , 자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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