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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감기는 모든 공기가
무거웠던 밤
회사에서 해고당한
친구의 등을 말없이 토닥였다
친구는 곧 죽을 매미처럼 울었다.
다리 위로 지나는 자동차 소리에
어디 있는지 모를 풀벌레의 울음은
가끔 묻히긴 했어도
강가 어딘가에서
꿋꿋이 울었다 살아 있다고
빛 하나도 없던 밤
가로등이 깜빡이는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며
친구는 누군가의 별이 되겠다고
이 별을 떠났다.
가족도 없는 친구의 자취방에서
달랑 박스 하나를 들고 나왔을 때
친구가 살아 온 인생을 생각했다.
마당에 떨어져 배를 내보이는
매미는 더이상 울지 않았다
세상에 나오기 위해 힘 쏟다
울고만 가는 생을 생각했다.
김수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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