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나를 치열하게 했던 착란들은 어디로 갔을까
창밖 가로등은 제시간에 불을 밝힌다, 여느 때처럼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른 채
나는 저주하는 이유를 모르고 여전히 저주한다
불행하게 태어나는 건 없다는 당신의 말을
너 따위가 알까, 추락한다는 것
죽을힘으로 뿌리치면 죽을힘으로 되돌아오는 부메랑 같은
인간을 향한 갈망을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맹목의 시간 속에
뜨내기 같은 마음의 바큇자국을 망망연히 들여다보다가
나는 무서운 게 없어져버렸다
필연을 따라서
언제든 부고장 물고 이 천공으로 회귀할 철새들
너무 오래 삶의 객지에 노출되어 있었다
죽은 별들의 궤적사진에서 참혹한 선의를 본다
나의 불행은 누가 꿈꾸던 미래였을까
이현호, 궤적사진
728x90
'시 & 글귀 & 대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이 와도 죽음은 유행이었다 (0) | 2021.05.10 |
---|---|
봐봐, 우리의 사랑이 얼마나 하찮니 (0) | 2021.05.09 |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0) | 2021.05.09 |
네가 나에게 걸어오던 소리가 기억나 (0) | 2021.05.08 |
친구는 곧 죽을 매미처럼 울었다 (0) | 2021.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