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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경

나는 흔하고, 어디든 있고, 나는 흔하고, 어디든 있고, 그러니 내가 혼자서 울고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유희경, 오늘은 더보기
여름 팔월은 참 짙고 아득해서 나는 그렇게 있다 여름 팔월은 참 짙고 아득해서 나는 그렇게 있다 이곳엔 볕이 너무 많아 귀하지 않지 다리를 떨면서 다리를 떠는군 생각하면서 나는 아무 건물 아무 이 층 아무 사무실 아무 창문 위에서 볼 수 있는 아무 블라인드와 같은, 여름 팔월의 볕 구석에 매달린 흔하고 틈 많은 사연을 내리며 있다 조금 어두워졌다고 믿는다 나는 조금 어두워졌고 시원해졌다는 믿음 아래 있다 잠자코 검은 양산 하나를 펼쳐 나눠 쓰고 걸어가는 여자들을 본다 여름 팔월은 아랑곳없이 나무 그늘 아래를 지나가듯 걸어가는 그들을 본다 그들을 보고 있던 그런 내가 병과 주의와 주장과 그것들의 크기 그런 것들의 자취 그들의 미래와 후회에 대해 떠들어대듯 여름 팔월, 블라인드처럼 드리워놓은 사연들 속 그 덕분에 조금 어두워지고 시원해진 그 속에서 모든 .. 더보기
그곳엔 벚꽃이 하도 핀다고 그곳엔 벚꽃이 하도 핀다고 삼사월 밤이면 꿈을 꾸느라 앓고 앓아 두 눈이 닳을 지경이라고 당신이 그랬다 경청하는 두 귓속으로 바람이 일고 손이 손을 만났다 남은 기척 모두 곁에 두고 싶었던 까닭에 나는 애를 써도 잠이 들지 못했다 유희경, 불면 더보기
끝나지 않는 그런 여름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성당 앞은 언제나 붐빈다 계단을 내려오다 말고 멈춘다 몇 번인가 종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종탑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거대한 종이 움직이는 것을 본 적도 없다 그것은 정말로 거대할까 궁금하지 않고 어디에도 없는 우리들의 슬픔을 위하여 곧 미사가 시작됩니다 그러니 기도하십시오 이 많은 기도를 두고 어디를 디뎌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기도하십시오 멀리서 매미가 울부짖는다 덥다 너무 덥다 기도하십시오 기도 말고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절룩거리며 지나가는 사내를 보았다 오후처럼 그는 흐리고 느렸다 그의 뒷모습은 그치지 않고 곧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이 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서 손으로 이마를 가려보지만 그늘은 생기다가 사라지고 끝나지 않는 그런 여름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유희경, 장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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