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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했던 곳으로 가주세요 내가 행복했던 곳으로 가주세요 박지웅, 택시 더보기
나는 죽음, 세상은 나를 파괴해요 1 폐쇄된 공간 고요로 머리를 채우고 싶어 세상과 단절했어요. 불행은 불운과 친구죠 희망은 문틈으로 모두 빠져 나가고 불행은 끓는 냄비 같이 웃죠 -왼쪽 가슴에 창문을 낼게 들여다봐 빗소리를 손가락으로 건드려 보며 -책들 앞에서 나를 모욕하지 말아요 하지만, 불행은 내 말을 듣지 않고 빈정대기만 하고 나와 놀았던 빗방울 나에게 얘기해 주었던 강물도 흘러가 버려요 책과 책들은 대화를 하며 나를 비웃고 훌쩍거리던 별들마저 내 마음을 약탈해요 뇌에서 웅크리고 있는 당신은 정신 차리라고 하지만 한 마디도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고 우울한 악보만을 연주해요 2 레미제라블이 모이는 거리 도시는 산을 고립시키고 나무는 제 몸을 부러트리며 하소연 하지만 어제와 오늘은 부패하여 가진 자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 속에서 나는 .. 더보기
그리움에도 스위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밤 창밖으로 검은 재가 흩날렸다 달에 대하여 경적 소리가 달을 때리고 있었다 그림자에 대하여 어느 정오에는 이렇게 묻는 사람이 있었다 왜 다음 생에 입을 바지를 질질 끌고 다니냐고 그림자에 대하여 나는 그것을 개켜 넣을 수납장이 없는 사람이라고 어김없는 자정에는 발가벗고 뛰어다녔다 불을 끄고 누웠다 그리움에도 스위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밤 신은 지옥에서 가장 잘 보인다 지옥의 거울이 가장 맑다 신용목, 만약의 생 더보기
나는 또 회탁의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또 회탁의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서는 피곤한 생활이 똑 금붕어 지느러미처럼 흐늑흐늑 허비적거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끈적끈적한 줄에 엉켜서 헤어나지들을 못한다. 나는 피로와 공복 때문에 무너져 들어가는 몸뚱이를 끌고 그 회탁의 거리 속으로 섞여가지 않는 수도 없다 생각하였다. 나서서 나는 또 문득 생각하여 보았다. 이 발길이 지금 어디로 향하여 가는 것인가를……. 이상, 『날개』 더보기
깨어 보면 언제나 폐허, 누가 쓰다 버린 것 같은 몸을 일으켜 본다 미친 듯이 일하거나 죽은 듯이 늘어져 있다. 텔레비전을 켜면 세계는 온통 놀이공원. 자유와 오락, 혼자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다가 꿈의 공원에서 영원히 혼자가 된다. 깨어 보면 언제나 폐허, 누가 쓰다 버린 것 같은 몸을 일으켜 본다. 스마트폰을 수시로 보아도 반가운 메일 하나 없고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말을 따라하다가 가끔 놀란다. 영화에서 본 좀비들이 하던 것처럼 의미 없이 고개도 종종 흔든다. 나는 틱이라는 말을 안다. 고칠 수 없는 틱처럼 나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인형 캐릭터가 된 것 같다. 도대체 나는 어느 뒷골목에서 비명횡사했는가. 거울의 방에 가도 내가 없을 것 같다. 옆구리에서 솜을 빼내는 못된 습관이 새로 생긴다. 이 무변광대의 협소한 낙원에서 나는 정산(精算)도 잊은 채 백 년간의 관.. 더보기
육중한 물의 몸, 고요한 심해의 눈빛 머리를 누르는 손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지. 육중한 물의 몸, 고요한 심해의 눈빛. 눈길 닿는 곳마다 분연히 어둠을 뿜어내는, 먼 먼 바다의 바닥. 그러나 바다는 바닥도 물의 입체도 아니었지. 바다는 다만 땅의 천장, 전구를 갈기 위해 길게 뻗은 손처럼 우리는 나란히 몸을 세우고 세상 가장 어둡다는 빛을 찾으러 갔었다. 가득히 입을 벌려 아직 남은 대기와 키스해. 오직 키스로만 인간은 말을 잊는다. 말을 버리고 입 속의 심해로 잠수해 들어가…… 그건 사람의 천장이거나 낮의 바닥. 지구가 껴입은 빛나는 외투의 안감. 몸속의 공기방울들이 급격히 팽창하고 안팎이 서로를 침범하는 자리에 대하여. 사람의 몸이 견뎌내야 하는 색(色)과 압(壓)의 연합군에 대하여. 이야기한 적 있지. 우리는 낯선 수면으로 떠올라. .. 더보기
옥상에 널어놓은 흰 빨래들이 밤새 별빛을 먹어 노랗게 말랐다 빛 하나 들여보내는 창(窓)이면 좋았다 우리는, 같이 살아야 같이 죽을 수도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시절에 만났다 네가 피우다 만 담배는 달고 방에 불 들어오기 시작하면 긴 다리를 베고 누워 국 멸치처럼 끓다가 ‘사람이 새와 함께 하는 법은 새장에 새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당에 풀과 나무를 키우는 일이었다’ 정도의 글귀를 생각해 너의 무릎에 밀어넣어두고 잠드는 날도 많았다 이불은 개지도 않고 미안한 표정으로 마주앉아 지난 꿈 얘기를 하던 어느 아침에는 옥상에 널어놓은 흰 빨래들이 밤새 별빛을 먹어 노랗게 말랐다 박준, 광장 더보기
눈을 감고 눈을 상상해 폭설이 난무하는 언덕에 서 있어 눈이 와, 여긴 함박눈이야 네 목소리를 듣고 별안간 난 한 번도 함박눈을 맞아보지 못한 걸 알았어 평범한 기쁨을 떠나 있는 것 같아 엄청난 사태로부터도 ​늙은 시인에게서 사랑 없는 일생을 살았다는 말을 들을 때처럼 싱거운 얘기지 눈을 감고 눈을 상상해 폭설이 난무하는 언덕에 서 있어 두 팔을 벌려야 해 입을 쫙 벌린 채 눈덩이를 받아먹어 함박눈은 솜사탕만 할 거야 네게 한 번이라도 함박눈이 되었으면 좋겠어 눈발이 거세지고 조금씩 나는 파묻혀가고 있어 난 하얀 구름이 되어 솜사탕처럼 녹아가네 눈은 죽은 비라고 루쉰이 그랬나? 네 얼굴에 내가 내리면 코가 찡하겠니? 나를 연신 핥으며 달콤해 아 달콤해 속삭일 거니? 나를 베개 하고 나를 안겠지 우린 잠시 젖은 후 흘러갈 거야 너무 싱거운 거 같아 망설인다면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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