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 썸네일형 리스트형 그는 바람 부는 날엔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을 붙잡고 있지 못할 거 같다고 손이 저리면 몸속에 피가 돈다는 것이 이상했다 달이 유난히 크게 보인다고 그가 말했을 때도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이 "신이 잔디를 자라게 했다면 우리는 초원을 가꿔야지. 그게 사람이고 그게 사랑이잖아." 그는 불을 오래 바라보면 손끝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온몸에 화상 자국이 가득했고 매일 밤 강물에 투신한다는 꿈 이야기를 들었다 저 멀리서 어느 여자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도 그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는 잔디를 가꾸겠다고 했지만 나는 바람 부는 소리를 사랑하겠다고 다짐했다 결심과 결정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게 될 텐데 지구와 달이 조금씩 멀어진다는데 중력이 다 무슨 소용일까 유리창을 바라보면 창밖의 내가 방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싫어서 온통 창문을 열.. 더보기 그냥 너가 죽지 말래서 사는 거다 2015.01.26 그냥 지금 자살해야겠다. 너무 괴롭다. 진짜 너무 많이 괴롭고 왜 사는지 정말 모르겠다. 이렇게 괴로우려고 사는 거면 그냥 살기 싫고 딸 같은 것도 낳기 싫다. 사랑도 필요가 없고 그냥 자살하면 되는 것 같다. 시 같은 것도 쓰기 싫다. 돈 같은 것도 벌기 싫고 음식 같은 것도 먹기 싫다. 그냥 너가 죽지 말래서 사는 거다. 김승일, 『1월의 책』 더보기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 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 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허연, 칠월 더보기 그래요, 사랑은 나의 치명적인 약점이어서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어서 어릴 때부터 나는 늘 끝을 궁금해했지요 동화책을 읽어도 만화영화를 보아도 그래서 마지막에 다들 어떻게 되는지 그는 어떻게 그녀는 어떻게 그녀가 기르던 작은 고양이는 어떻게 그 고양이가 가지고 놀던 동그란 공은 어떻게 될까 숨을 참고 허겁지겁 따라갔지요 이미 죽은 사람들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보다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고 싶어했지요 마지막 눈을 감던 순간 그는 어디에 있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표정으로 어떤 손짓을 했는지 누가 그 곁을 지켰는지 혹은 그저 홀로 마지막을 맞았는지 그래서 쓸쓸했는지 그래서 불안했는지 그래서 안도의 긴 숨을 내쉬었는지 그런 것들이 알고 싶었지요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할 때도 나는 항상 끝을 먼저 생각했지요 먼 훗날 지금의 기억들이 내게.. 더보기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실제로는 대단치도 않았다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실제로는 대단치도 않았다. 그것들을 내려놓고서도 나는 끄덕없이 달렸다. 반면 내가 대단치 않게 여겼던 것들이 실제로는 중요했다. 예를 들자면, 나 자신. 심윤경, 『사랑이 달리다』 더보기 가도 가도 여름이었죠 가도 가도 여름이었죠. 흩어지려 할 때마다 구름은 몸을 바꾸고 풀들은 바라는 쪽으로 자라요. 누군가 길을 묻는다면 한꺼번에 쏟아질 수도 있겠죠. 쉼표를 흘려도 순서는 바뀌지 않으니까. 곁에는 꿈이니까 괜찮은 사람들. 괄호 속에서 깨어나는 사람들. 지킬 것이 없는 개들은 제 테두리를 핥고 햇빛은 바닥을 핥아요. 나는 뜬눈으로 가라앉고요. 돌 속에는 수많은 입들이 있고, 눈을 가린 당신이 있어요. 빗소리는 단번에 떨어져 수만 번 솟구치구요, 앞도 뒤도 없이 일제히 튀어 오르는 능선들. 갈 데까지 가고서야 공이 되는 법을 알았죠. 잎사귀처럼 바닥을 굴러 몸을 만들면, 바람을 숨긴 새처럼 마디를 꺾으면, 안은 분명할까요. 뼛속을 다 비우면, 바깥은 안이 될까요. 아직 가도 가도 어둠이에요. 하루가 가도 하루가 .. 더보기 관광지가 되는 건 너무 슬픈 것 같아 너무 슬픈 것 같아.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짓밟힌 낯선 얼굴로 네가 말했다. 어제의 문장에 머무르지 않아. 내가 말했지. 일찍 밤이 찾아오거나 혹은 영원히 밤 같은, 밤의 의미가 상실된 도시에서. 늘 서둘러 겁을 집어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서툰 풍경의 사람들. 폭우가 몰아치는 거리를 피해 너는 집으로 달아나려 입을 벌렸고, 나는. 나를 기다렸다. 정말 무서운 건 폭우를 피해 달아날 수 있는 새로운 다리가 놓아지는 일이지. 너와 나 사이에 여유롭게 구조물을 놓으며. 준비가 되면 호흡하는 바른 방법을 배우고 호흡할 수 있길 바랐지. 너와 내가 공통의 분모를 가진 우리가 되길. 관광지처럼 빠르게 달아오르고 재빨리 잊힌 뒤 영영 그리워지길 바라진 않아. 정말 슬픈 건 관광지를 떠나 마지막을 맞는 나의 마음이었다.. 더보기 그러니 모두 내게서 서둘러 하차하고 만 게 아닌가 내 집은 왜 종점에 있나 늘 안간힘으로 바퀴를 굴려야 겨우 가닿는 꼭대기 그러니 모두 내게서 서둘러 하차하고 만 게 아닌가 박소란, 주소 더보기 이전 1 ··· 7 8 9 10 11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