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백인경

내가 죽으면 어떨 것 같애 내가 죽으면 어떨 것 같애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그때 우리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넘어졌다 어떻게 끝내는 게 가장 아름다울지 죽어본 적이 있는 사람처럼 마지막 자세를 고민했다 ​ 번갈아 가며 추락하다가 허공에서 눈이 마주치면 웃었지 한 번도 같은 곳을 바라보며 우와, 동시에 탄성을 지른적은 없었지만 ​ 집에 갈 시간이야 중력 속으로 내려왔을 때 서로의 몸에서 반짝이는 정전기를 보며 예쁘다, 동시에 생각했을 거다 너를 생각하는 기분은 물고기처럼 튀어 오르다 사라지는 아득하고 선명한 감정 ​ 엄마가 죽으면 어떡하지 외갓집에서 키우던 개가 죽으면 죽으면서 내 생각이라도 한다면 ​ 잊을만하면 네 꿈속에서 죽는 게 내 안부다 백인경, 트램폴린 더보기
사실은, 죽어버린 것들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 누가 온다고 한 것처럼 냄비를 데우고 칫솔을 샀다 너는 떠나기 전 양치질을 하는 습관이 있고 매운 치약을 다 삼키고 엄살을 부리는 건 내 몫이었지 뱉어놓은 침 모양대로 아스팔트에 얼룩이 졌다 집 밖의 일은 늘 모호했지만 1월의 방아깨비나 내가 버린 고양이처럼 사실은, 죽어버린 것들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 나는 네 앞에서 박하를 띄운 청산가리를 흔든다 이를 닦으면 잠을 자거나 하루를 더 살아야 한다 오래된 잇자국이 선연한 너의 살갗 언니,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입술이 오므라들어서 네가 나를 못 알아볼 것 같다 익숙한 자음들이 흩어졌다 알파벳의 세계로 너는 외로워 보이는데 나는 이제 시를 안 써 그래도 여기는 네 사랑니가 있는 곳 그러니 서울 오면 연락해 백인경, 서울 오면 연락해 더보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