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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출렁이는 저 푸른 껍질 한 장을 핀셋으로 집어 올려 거대한 벽에 걸어두면
벽에서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지겠지 암청색 물감을 칠한 듯 흰 벽이 얼룩지겠지
아래위로 굵은 청색 선이 그어지겠지
거대한 벽은 푸른색으로 굳어 차츰 시퍼런 균열이 생기고 덩어리는 갈라지겠지
물이 굳어서 생긴 푸른 틈이 벽 속으로 스며들어 벽 속은 깊고 깊은 푸른 세계가 생겨나겠지
그 세계 속으로 우리는 유연하게 침입할 수 있을까
삼베로 겹겹이 옷을 만들어 입고 심연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몸을 차례로 물들였다
이 세상의 모든 덩어리는 출렁이고 접히고 또 출렁이는 질료였다 아무것도 끝이 없다
우리는 각자 죽을 때까지 고독할 수 있다 표면은 덩어리이고 덩어리는 심연이다
조용미, 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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