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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해가 지는 시간이 찾아와서
나는 무서웠다.
어디쯤에서 저 끝은 시작되었을까.
안녕 잘 지내니, 라는 말을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는
종이는 종이대로
글씨는 글씨대로
이미 어둠에 하나씩 발을 들여놓고서
나는 자주 해가 지는 시간을 기다려
저 어둠의 음질(音質)을 기억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야
자주 해가 지는 시간이 와도
그래 이제는 괜찮아, 라는 말을
별 뜻 없이 쓸 수 있게 되고
조금씩 밝아 오는 쪽을 바라보기도 했다.
그때쯤에서야
괜찮아 괜찮아
사라지지 않고 반복되는 컴컴한 목소리들
시간은 시간대로
감정은 감정대로
글씨는 글씨대로
괜찮은 거다.
모두가 괜찮은 거다.
여태천, 마지막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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