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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글귀 & 대사

우리 그냥 통증으로 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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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냥 아파할까요
입술과 입술 사이에서 방황하는 그 뜨겁고도 차가운 속삭임
차마 다 발설할 수 없어
입안에 슬며시 피어나는 혓바늘꽃처럼
우리 그냥 통증으로 살까요

밤은 밤이라는 이름으로 캄캄하고
나는 당신이라는 이름으로 조금 더 아득합니다

어제의 창(窓)에서 떠오른 불빛들이
오늘의 아련한 눈빛 사이를 배회하는 동안
우리는 구르는 돌멩이가 가닿는 거리
딱 그 거리만큼에서
조금씩 외롭습니다

묻는다는 것, 그립다는 것, 그리고 아프다는 것,
너무 많아서 오히려 헤픈
그 많은 안부들, 더러워진 밑창들
그렇게 입안이 어두워지면
입 밖으로 외출한 말(言)들의 파문은
누가 보살피나요

달과 지구는 멀지만
멀다고 여전히 먼 사이가 아니듯
입술과 입술 사이에서
우리가 여전히 먼 속삭임이 아니듯

오늘의 말(言)은 오늘의 강물로 흘러갑니다
그러니 우리 그냥 입술 위에 떠서
공전(公轉)이나 할까요


고영, 우리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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