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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와도 죽음은 유행이었다
꽃이 추락하는 날마다 새들은 치솟는다는 소문이 떠돌고
창밖엔 하얀 유령들만 날렸다
네 평 남짓한 공간은 개의 시차를 앓고
핏줄도 쓰다듬지 못한 채 눈을 감으면 손목은 파도의 주파수가 된다 그럴 때마다 불타는 별들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누구나 살아 있는 동안 심장 끝에서 은하가 자전한다는 사실을 안다 늙은 항성보다 천천히 무너져가는 지구라면 사각의 무덤 속에는 더러운 시가 있을까
흙에서 비가 차오르면 일 초마다 꽃이 지는 순간 육십 초는 다음 해 꽃나무
퍼지는 담배 향을 골목에 앉아 있는 무거운 돌이라 생각해 보자
얼어붙은 명왕성을 암흑에 번지는 먼 블랙홀이라 해 보자
천국은 두 번 다시 공전하지 못할 숨이라 하자
이것을 혁명이자 당신들의 멸망이라 적어 놓겠다 몇백억 년을 돌아서 우주가 녹아내릴 때 최초의 중력으로 짖을 수 있도록, 모두의 종교와 역사를 대표하도록
두 발이 서야 할 대지가 떠오르면 세계 너머의 하늘이 가라앉고 나는 그 영원에서 기다릴 것이다
돌아가고 싶은 세상이 있었다
최백규, 지구 6번째 신 대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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