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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하얀 구름을 붙이자. 서서히 모든 어둠이 낮이 될 수 있어. 반짝이는 구름이 초승달을 만나는 정류장은 갓난아이와 노인이 사랑을 할 수 있는 곳이니까.
시들함과 보들보들함이 만나 상쾌해지는 물감 같은. 구름을 노란 손으로 꽉 쥐면 달이 된다는 믿음으로 너의 낭만이 되어줄게.
코에는 점점 살이 찌는 낙엽을 달자. 살아나는 향기를 맡으면서 사라져가는 쓸쓸한 냄새를 잊자. 종이 꽃이 통통한 줄기와 닿는 오후는 백지 스케치북 한 페이지가 전시회장에 걸리는 황홀함이니까.
무제 같은 제목으로. 사라지는 소리가 재회의 약속 같은 계절에 너의 낭만이 되어줄게. 입에는 혀 가까이까지 낭만을 걸자. 낭만, 낭만. 부르기만 해도 불러지는 투명의 사건처럼. 침샘이 말라도 낭만의 노래가 도착할 때까지. 잎이 자라는 것은 물만의 일이 아니니까. 입 속에서 하루 만에 크는 새싹을 본 날이 있으니까. 몇 번 접은 혀가 언젠가는 긴 이야기가 되듯 너의 낭만이 되어줄게.
나는 너의 낭만을 맡았을 뿐인데.
모든 머리들이 죽었다.
머리들에 있던 현실들이 튀어나왔다.
우리 둘의 머리는 영원히 사라지자.
어떤 환상에도 욕망에도 돌아오지 말자.
낭만 없는 낭만에서도 너의 낭만이 되어줄게.
이제야, 낭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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