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https://blog.kakaocdn.net/dn/chbCtA/btrlGIqMK88/KfhU2rUQBGKqpQY9STQ5uk/img.gif)
거짓을 말하는 입안에서 색색의 동그라미가 굴러 나왔지. 혀끝의 평행우주. 헤어짐을 휘감는 중력들. 다정 속에 묻어둔 난간처럼 조금만 스쳐도 혀가 베이는 달콤.
늑골 사이마다 물방울이 매달린 날에는 보름의 문을 열고 들어가 차오르는 수심을 바라봤지. 오래 머금은 고백들 볼 안에 주름질 때, 혀 밑으로 감겨드는 푸른 거품들. 달고 짠 바람이 분다고 너는 두 볼을 부풀리며 웃었다.
방금 도착한 행성을 조금씩 핥아 먹으며, 얼마간 최소한의 깊이로만 스며들기로 했지. 상처 난 뿔을 감춘 채 무리로 숨어드는 어린 사슴처럼.
더 이상 무지개 양 끝이나 물의 뿌리 같은 것들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지. 낯설어진 이름을 가볍게 더듬으며 이대로 잠시만 머무르기로. 서투른 허밍으로 풍선을 불며 호흡을 나누었지. 우리의 가장 사소했던 극단을 불러 내기 위해.
이혜미, 당분간 달콤
728x90
'시 & 글귀 & 대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0) | 2021.11.22 |
---|---|
지친 채 커져 버린 사랑을 믿어? (0) | 2021.11.20 |
말과 말 사이의 삶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0) | 2021.11.11 |
너를 생각하는 낮은 길고 밤은 짧았어 (0) | 2021.11.11 |
잘라내도 잘라내도 평생 자라나고야 마는 (0) | 2021.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