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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해 있는 대낮의 시간
한밤의 시간보다 어두울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어안이 벙벙한 어처구니가 되고
어떤 날은 너무 많은 나를 삼켜 배부를 때도 있다
나는 때때로 편재해 있고
나는 때때로 부재해 있다
세상에 확실한 무엇이 있다고 믿는 것만큼
확실한 오류는 없다고 생각한 지 오래다
불꽃도 타오를 때 불의 꽃이라서
지나가는 빗소리에 깨는 일이 잦다
고독이란 비를 바라보며 씹는 생각인가
결혼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이혼에 성공한 것이라던
어느 여성 작가의 당당한 말이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고 내게 중얼거린다
삶은 고질병이 아닌
고칠 병이란 생각이 든다
절대로 잘못한 적 없는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뿐이다
물에도 결이 있고 침묵에도 파문이 있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사람이 무서운 건 마음이 있어서란 것도 미리 알았을 것이다
언제부터였나
시간의 넝쿨이 나이의 담을 넘고 있다
누군가가 되지 못해 누구나가 되어
인생을 풍문 듣듯 산다는 건 슬픈 일이지
돌아보니 허물이 허울만큼 클 때도 있었다
놓았거나 놓친만큼 큰 공백이 있을까
손가락으로 그걸 눌러
나는 마침내 완전히 나를 쓰고야 말겠다
천양희, 놓았거나 놓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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