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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일하거나 죽은 듯이 늘어져 있다.
텔레비전을 켜면 세계는 온통 놀이공원.
자유와 오락,
혼자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다가
꿈의 공원에서 영원히 혼자가 된다.
깨어 보면 언제나 폐허,
누가 쓰다 버린 것 같은 몸을 일으켜 본다.
스마트폰을 수시로 보아도 반가운 메일 하나 없고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말을 따라하다가 가끔 놀란다.
영화에서 본 좀비들이 하던 것처럼
의미 없이 고개도 종종 흔든다. 나는 틱이라는 말을 안다.
고칠 수 없는 틱처럼 나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인형 캐릭터가 된 것 같다.
도대체 나는 어느 뒷골목에서 비명횡사했는가.
거울의 방에 가도 내가 없을 것 같다.
옆구리에서 솜을 빼내는 못된 습관이 새로 생긴다.
이 무변광대의 협소한 낙원에서
나는 정산(精算)도 잊은 채
백 년간의 관람객으로 방치된다.
다른 사람이 없는 꿈에서 혼자 숨바꼭질한다.
죽은 듯이 늘어져 있다. 다시 여기는 꿈의 외측.
그러나 공원의 바깥도 공원, 오늘도 꿈을 연습한다.
아무리 웃어도 웃음이 늘지 않는다.
장이지, 인형은 웃는다 - 놀이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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