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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름도 없는 공원에 앉아
서로의 숨소리를 듣고 있었지
그때 우린 말이 없었지만
귀를 모으며 부자가 되었고
사랑니로 만든 목걸이를 차고
연인들은 철새처럼 흘러갔다
새 이빨을 다오
젖니가 빠지면 지붕 위로 던졌다는데
옛날이야기는 왜 슬픈 걸까
아기들이 울지 않아도 봄은 올 텐데
하얗게 눈 쌓인 지붕을 머리에 이고 무너질 것처럼
떠나지 못한 집들만 남아서
밤마다 하나씩 담이 헐리는 소리를 듣는다
낡은 이빨이 하나씩 떠나가듯
언젠가 간판도 없는 주점에 앉아
텅 빈 입으로 질긴 이야기를 씹어대겠지
누군가는 몸조차 가눌 수 없겠지만
더 토하고 싶습니까
등 뒤에는 주먹을 쥐고 다그치는 사람들
그건 끝이라는 뜻인데
단 한 발짝 떼지 않고도 떠나는 날이 오겠지
얼어붙은 두 발 사이로
쌓여 있던 마음만 눈사태처럼 쏟아지겠지
끊어진 말들은 어디서 어긋났을까
입을 맞추고 싶지만
맞춤법을 잊었고
옛날이야기는 왜 자꾸 슬픈 걸까
여름 철새들은 다시 하늘을 뒤덮고
이민하, 작고 연약하고 틀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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