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햇빛이 쏟아져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걸
사랑해 사랑해 손끝마다 결과가 생겨나게 될 거야
너를 보고 마음이 생기는 것이 슬퍼
심장이 뛰게 되고 손가락이 생겨나서 그 손가락 끝에
만지고 싶은 얼굴들이 자꾸 생각나서
봄이 온다 꽃이 핀다 벌어진다
따뜻한 손길에 어김없이 젖는 것들을 봐
고정된 나비처럼 할 말 없는 입가
압핀을 전부 쏟아내 웃는 표정을 사진 속에 박아 버려도
꼭짓점으로부터 시간이 흘러내린다
만져 주고 고마워 한없이
고마운 마음 밖으로 쏟아져 나가는 손길
베인 곳에서 쇠맛이 나는 이유를 우리 따위가 알 수 있겠니
표류한 배는 나아가기 위해서 제가 가진 것들을 다 버리고 있는데
당장 지혈해야 하는 자의 심장이
더 맥박 치는 이유가 뭘까
문을 찾기 위하여 더러운 벽을 손끝으로 스치며 지나는 중이야
잘나가던 사랑은 박살나고
오늘은 가수 지망생이 자살한 날이기도 해
멀리까지 가 연탄을 피웠대 우울했대 햇빛 가득한 교차로를 지나며
신비로운 세상이네 참 별일 없는 햇빛 그득한 내 피부가 따스하게 반응하는 노고
서로서로 죽은 애인만 쓰다듬고 있는 정오로구나
내 사랑이 더 슬퍼요 좀 봐요 내 죽은 애인을
엉엉 운다 나는 알아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끝날 때까지 다 쏟아져야 해 더 그만해 줘 그만해 그만해
안쓰러운 눈빛이 되어 우리의 알몸에 쏟아지는 햇빛
낙엽 하나가
빠르게 지나가는 덤프에 힘입어
구르고 점프하고 온갖 기적을 체험하고 바닥에 납작 붙을 때까지
모든 기적은 제 안에서만 일어나고
모든 기적은 제 안에서 일어난 것들을 절대로 소문내지 못하고
그 위로 다시 덤프 지나갈 때까지
왜 색깔을 바꿀 수 없나 왜 다시 매달릴 수 없나 저게 뿌리친 나뭇가지야 왜 우기지 못할까 손가락이 칼을 잘라 낼 수 없을까 부패의 서류철이 스스로 불탈 수 없을까 납치당한 여자애가 납치범을 무찌를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날 거야 선량한 사람을 향하여 날아간 총알이 가까스로 꺾여 바닥에 툭 떨어질 수도 있다 뮤직비디오 속 한 남자가 이런 말을 계속 중얼거리고 차에 치이고 나가떨어져 밟히고 그러다가 그러다가 결국 남자가 차에 치여서 차를 부수고 마는 요상한 결말 참다 참다가 용서하면 초능력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는 이런 사실에 박힌 안전핀을 계속 뽑는다 뒈지게 맞았는데 하나도 안 아파 찔렸는데 피 한 방울 안 나올 정도로 우리가 냉정하다면 이건 기적이야 당신이 싼 똥 우리가 치우는 기적! 둘둘 말아 시간의 저편으로 휙 던져 버릴 때
지난 몇 달 동안 노가다 뛰다가 허리가 나간 사실이 다시 서럽게 다가온다 요즘은 자유학기제 수업을 슬슬 나가는데 몸이 편하니까 웃음이 나온다 입가에 돋아난 이런 인과가 증오스럽다 똑같은 음악이 한 사십오억 년 흘러나오면 지구가 반으로 쪼개지는 쌍욕이 나올 만도 한데 울던 놈은 계속 울어야 하고 웃는 놈은 언제나 웃고만 있다 아름다운 자살공화국에서 법률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하여 나의 마음은 어딘가에 가 있다 삼삼칠 박자로 조롱을 당하는 너네 요즘도 한자 시험 보고 열 개 중에 세 개만 틀려도 허벅지 처맞니? 선생님은 그랬어 선생님은 참 선생님 소리 듣기도 쪽팔리구나 히히 나는 법을 모르나 법 없이는 못 사는 종족으로 길러졌구나 왜 그런지 멍든 얼굴로 창밖을 오래 들여다보는 남자애만큼은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어 이름도 모른 채 그냥 둔다 단지 맞은 곳을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마음을 보고 있다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떠나간 그녀도 맞은 자리를 옷 위로만 쓰다듬는다 시간이 흘러간다
우리 안쪽은 집에 도착하기 전에는 못 만져
벗어 보면 어김없이 벌어져 있는 곳 그런 인과를
상상이나 할 수 있겠니 처음 맞아서 집에 돌아온 아이의 두근거림
아파하는 것들이 고스란히 누워 있는 자리에는 어딘가로 가고 싶은 돛배가 뜬다
주먹으로 맞아서 부어오른 아이들의 얼굴을 끌어안고
떠나야 한다 떠나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니
나는 광대가 되어 울음이 터진 자들을
안아 주다가 사라져도 좋으련만
떠나는 배가
되어 가는구나 출발할 때
사랑해 사랑해 시간의 긴 옷감 밑에서 우리의 체모가 가르키는 각자의 방향으로
김승일, 아, 따뜻하고 더러운 시간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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