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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안에서 별들이 자라나는 저녁에는
자주 피를 흘렸다
찔린 자리마다 고여드는
낮은 지붕들
흘린다는 말은 다정했기에
사람의 귀퉁이는 조금씩 슬픈 기척을 가졌지
팔꿈치를 부딪치면 차가운 빛으로 가득해지던 몸속
감싸 쥔 자리가 얼룩으로 깜빡이면
불가능에 대해 생각해
모름의 온도와
진눈깨비의 각도에 대해
내리던 비가 얼어
몸을 걸어 잠글 때
창문은 무슨 꿈을 꾸나
흐르던 비가 멈칫 굳어갈 때
몸은
조금만 스쳐도 달아나는 방향들이 있어
겨울의 창틀은 더욱 분명해지고
비의 마음이 어긋난 자리마다
버려진 경계들이 무성해졌다
눈사람처럼 모서리를 버려가며
잠겨들고 싶었지
드물다는 말은 점차 희미해져서
깨어진 잔에 입술을 대고
겨울이 오기만을 기다렸어
이혜미, 순간의 모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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