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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밤, 바다에서
우리가 보았던 것은
해변의 놀이공원,
부모와 아이 하나로 이루어진 현대적 가족,
요란스럽기만 한 불꽃놀이와
어떤 기대 속에서 몸을 붙여 걷던 연인들
"바다 냄새는 죽은 생물들이 내는 냄새래"
그렇게 말하던 너의 살은 푸르고 짠 냄새가 났지
그날 이후로
너무 푸른 것은 구분할 수 없었다
누군가의 발자국을 따라 홀로 걸었다
이제 해변에는 아무도 없구나
바닷가의 텅 빈 유원지,
출렁이는 검은 모래,
죽은 물새떼와 영원히 푸른 달빛
"너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네가 말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앞에 펼쳐진 밤과 바다가 구분되지 않았다
그것을 지켜보던 두 사람이 구분되지 않고,
너를 생각하는 이 마음이 무엇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해변의 발자국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나는 천천히 걸어갔다 푸른 밤 속으로
황인찬, 너의 살은 푸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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