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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글귀 & 대사

검은 바다 위로 네 몸뚱이가 오르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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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오지 마, 따라오지 마, 따라오지 마, 세 번 외치고 돌아봤다

검은 바다 위로 네 몸뚱이가 오르내리고 있었다

나는 많은 말을 했다. 나는 외톨이이며, 나는 씩씩하다. 나는 왜소하지만, 왜소함을 넘어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너는 금빛 머리를 휘날리며 웃고 있었다. 나는 더 많은 말을 했다. 나는 그 정도 침묵에 굴하는 자가 아니며, 침묵에는 침묵으로 맞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따위의 법칙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너는 곱슬머리가 흔들리도록 웃고 있었다. 너는 내 눈을 만진다. 내 코를 꼬집는다. 나는 계속해서 말한다. 나를 만지지 말라, 장-뤽 낭시가 쓴 책을 읽었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신은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므로, 너는 신을 믿느냐 묻고 싶었다. 너는 웃는다. 너는 웃다가 벤치에서 일어나 저녁 바다로 눈을 돌린다. 내게 다가와 어깨에 두 손을 얹는다. 나는 말을 했다. 나는 어떤 말을 했다. 기억나지 않을 만큼 많은 말을 했다. 네가 다가와 키스하고 싶어 한 순간에도 말을 했다. 나는 씩씩하고, 거절의 말도 잘한다. 그리고 부드럽고 공손하다. 나는 그렇다. 나는 그렇다. 너는 내 머리칼을 만지다 말고 웃는다. 내 머리칼이 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너는 나를 바라보다가 옷을 벗고 바다로 뛰어든다. 나는 일어나 걷는다.

나는 모든 장점을 갖췄다 그렇다, 그렇다, 그렇다, 주먹을 쥐고 되뇌었다 계속 따라온다면 죽여버리겠어,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천천히 걸었다 네가 따라올 수 있도록

너는 수영을 할 수 있었고 물고기처럼 헤엄치며 나를 따라왔다 따라오지 마, 다라오지 마, 따라오지 마, 한국어로 세 번 외치고 돌아봤다 검은 바다가 출렁이고 있었다


김유림, 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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