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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건 순서에 따라 차곡차곡 쌓이는게 아니야.
만약 그렇다면 오래된 기억들부터 차례로 잊혀지겠지?
그런데 기억들은 언제나 순서를 어기고 뒤죽박죽이 되거든,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기억이 불쑥 솟아 오르는거야.
그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
이를테면 꿈 같은 데서 말이야.
그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 느낌은 뭐랄까
그래, 마치 멀미 같은 거야.
그 기분알지?
머리가 아프고 멍해지고 세상이 흔들리고,
심장에 커다란 추가 매달려 있는 것처럼
거북해서 토해버리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되고...
그냥 그 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아주 무기력하게.
그냥 울면서.
황경신, 『부주의한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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