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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밤을 헤엄치는 꿈을 꿨어
우리는 누구도 발 딛지 않은 섬에 가 닿았어
하늘에는 파도가 치고
아무도 이름 지어 주지 않은 별의 군락이 있었지
이름 없는 물고기 떼가 수면 근처를
은하수처럼 헤엄칠 때 네가 그곳을 가리켰어
나는 쳐다볼 수 없었지
너무 낭만적인 것을 너와 함께하면
벼락처럼 너를 사랑해 버릴까 봐
네가 나를 보고 등대처럼 웃었어
잠시 눈이 멀었던 것은 비밀로 할게
네가 무슨 말을 꺼낼 때
고래의 울음이 머리 위를 지나갔어
너는 내게 불멸처럼 사랑한다 했을까
누구도 믿지 않는 허구의 전설이 너라면
나는 질긴 목숨처럼 믿기로 했어
너는 옅은 거품처럼 사라졌나 꿈 안의 꿈으로 도망쳐버렸나
눈을 뜨니 너는 없고 베개에서 짠내가 났어, 창밖은 여전히 푸른 물로 가득 차 있었지
천 년도 아깝지 않은 유영이었어.
서덕준, 밤의 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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