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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를 하면서 얼굴을 빌고 있다
내가 나이지 않기를
나에게 빌고 있다
기도가 얼굴에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나의 기도를 가진 사람은
하나를 이루지 못하지만
수없이 간절한 나는
수없이 이루지 못한다
아직 빌지 못한 손이 이렇게
아직 모으지 못한 손이 저렇게
나는 손 둘 곳이 없어지고
두 손 사이에서 유발되는 기갈
기도를 줄여야 하지만
기도의 형식을 배우지 못했다
비는 게 많아 비린
무얼 빌고 있는지도 잊어버린
손은 그때 발이 된다
기도 아닌 애완이 되고
자신의 얼굴에 손발을 비비는
'완전한 개 자세'가 된다
비는 것이 내가 아니란 걸 알게 된다
누구의 손으로 빌고 있는지
무얼 빌고 있는지
그럴 마음은 없는데
온몸이 기도하고 있다
알아서 기고 있다
두 손은 떨어져 있는데
한 손으로 비는 것은 가능한지
다른 손을 무릅쓸 수 있는지
한 손으로 다른 손을 말리다
모르는 손을 잡는다
그럴 마음이 아닌데
신이 내민 악수다
기도가 줄어서 좋은 세상인 줄 보러 왔다가
김성대, 나의 조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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