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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선

바다에서 떠내려온 닳고 반짝이는 유리조각을 주웠다 너랑 나는 화단에 앉아 사랑에 대해 이야기 했다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틀고 그걸 다시 녹음하고 녹음한 걸 다시 틀고 다시 녹음하고 또 틀고 또 다시 녹음하고 이런 식의 과정을 계속해서 거치면 마지막에 남는 건 돌고래 울음소리 같은 어떤 음파뿐이래 그래 그건 정말 사랑인 것 같다 그걸로 시를 써야겠다 그렇게 얘기하며 화단에 앉아 옥수수를 먹었다 너는 내가 진통할 때 전화를 했다 나는 죽을 거 같아 전화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너는 내기에서 이겼다고 그럴 줄 알았다고 좋아했다 도무지 어떤 일도 끼어들 수 없는 비좁은 벽 사이에서 혼자 주먹으로 벽을 내리치며 울었다 윤은 소파에 앉아 안절부절 핸드폰을 보고 나는 오늘 유 캔 네버 고 홈 어게인을 다시 읽었다 그 시가 제일 좋다 나는 그렇다 옥수수는 은박지.. 더보기
사랑은 기다리는 거지 기다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너는 밤과 낮이라고 한다. 너는 그게 사랑이라고 한다. 아니야. 사랑은 기다리는 거지. 기다릴 것이 없어질 때까지. 고층 건물이 세찬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것을 본다고. 네 비밀을 내가 다 알면, 내 비밀을 네가 다 알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그래도 우린 잠든다. 그르렁거리는 숨소리를 들으며 서로의 꿈에서 등을 돌린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천막 위로 빗줄기가 쏟아진다. 투둑투둑. 천장과 바닥이 호응하고, 우리는 그 사이에 누워 기다리나. 열매가 떨어지기를. 땔감이 모자라기를. 마른 풀이 전부 젖어 버리기를. 우리가 관통하는 물방울들. 모두 서로 배반할 거라고 맨 뒷장에 씌어져 있었지. 우리는 기다린다. 우리가 서로를 죽이기 전에, 너희가 서로를 죽이기를. 떠오를 때는 가라앉는 느낌도 들곤 해. 저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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