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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그날 이후로 너무 푸른 것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날밤, 바다에서 우리가 보았던 것은 해변의 놀이공원, 부모와 아이 하나로 이루어진 현대적 가족, 요란스럽기만 한 불꽃놀이와 어떤 기대 속에서 몸을 붙여 걷던 연인들 "바다 냄새는 죽은 생물들이 내는 냄새래" 그렇게 말하던 너의 살은 푸르고 짠 냄새가 났지 그날 이후로 너무 푸른 것은 구분할 수 없었다 누군가의 발자국을 따라 홀로 걸었다 이제 해변에는 아무도 없구나 바닷가의 텅 빈 유원지, 출렁이는 검은 모래, 죽은 물새떼와 영원히 푸른 달빛 "너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네가 말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앞에 펼쳐진 밤과 바다가 구분되지 않았다 그것을 지켜보던 두 사람이 구분되지 않고, 너를 생각하는 이 마음이 무엇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해변의 발자국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나는 .. 더보기
검은 바다 위로 네 몸뚱이가 오르내리고 있었다 따라오지 마, 따라오지 마, 따라오지 마, 세 번 외치고 돌아봤다 ​ 검은 바다 위로 네 몸뚱이가 오르내리고 있었다 나는 많은 말을 했다. 나는 외톨이이며, 나는 씩씩하다. 나는 왜소하지만, 왜소함을 넘어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너는 금빛 머리를 휘날리며 웃고 있었다. 나는 더 많은 말을 했다. 나는 그 정도 침묵에 굴하는 자가 아니며, 침묵에는 침묵으로 맞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따위의 법칙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너는 곱슬머리가 흔들리도록 웃고 있었다. 너는 내 눈을 만진다. 내 코를 꼬집는다. 나는 계속해서 말한다. 나를 만지지 말라, 장-뤽 낭시가 쓴 책을 읽었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신은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므로, 너는 신을 믿느냐 묻고 싶었다. 너는 웃는다. 너는 웃다가 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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