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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잘라내고 전진하는 도마뱀처럼
생은 툭툭 끊기며 간다
어떤 미련이 두려워 스스로 몸을 끊어내고
죽은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스스럼이 없나
한 몸의 사랑이 떠나듯 나를 떠나보내고
한 몸의 기억이 잊히듯 나를 지우고
한 내가 썩고 또 한 내가 문드러지는 동안
잘라낸 마디마다 파문같은 골이 진다
이 흉터들은 영혼에 대한 몸의 조공일까
거울을 보면 몸을 바꾼 나는 나를 알아보지 못 하고
무언가에 잘려나간 자리만 가만가만 만져보는 것이다
심장이 꽃처럼 한 잎 한 잎 지는 것이라면
그런 것이라면 이렇게 단단히 아프진 않을 텐데
몸을 갈아입으면 또 한 마음이 자라느라
저리는 곳이 많다
잘라내도 살아지는 생은 얼마나 진저리 쳐지는지
수억 광년을 살다 터져버리는 별들은 모르지
흉터가 무늬가 되는 이 긴긴 시간 동안
난 또 어떤 사랑을 하려
어떤 벌을 받으려
몇 겹의 생을 빌려 입는 걸까
정영, 몇 겹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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