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그렇지 않아도 무언가를 잃는 것이 버거운 나이였다.
온 힘을 다해 아파하고 온종일 집중해서 성심성의껏 비관할 수 있는 몹쓸 젊음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다해 사랑하기로 한 사람이 사라진 날, 심장이 뛰는 순간순간마다 안으로 돋친 가시가 1밀리씩 자라났다.
안으로 자라는 외골격에 갇힌 채 껍질이 강요하는 모양대로 간신히 서서 비틀거리던 삶.
배명훈, 『미래과거시제』
728x90
'시 & 글귀 & 대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쩌면 나는 물질이 아니라 절망 그 자체일지도 몰라 (0) | 2023.09.17 |
---|---|
세계가 점점 싱거워지던 날들 (0) | 2023.09.05 |
지구 한끝에서 누군가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기 때문이라고 (0) | 2023.07.09 |
왜냐하면, 당신은 언젠가 반드시 나를 버릴 테니까 (0) | 2023.07.09 |
마치 내가 부서지기라도 할 듯 (1) | 2023.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