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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좀 가려줄래
아무도 없는 말들의 잎사귀들의 정원
가위로 잘라낸 가지들이
누구의 말일까 너의 말일까
속삭이는 것들은 떨어지고
밖이 어디인지 몰라서 그래
누군가 부른 나무들의 벽은 자라고 자라
옷을 갈아입는 여인들을 가려줄 만큼
단단히 서는 가지의 눈들
안으로 안으로만 웅얼거리는 눈을
좀 가려줄래
너의 예언으로
이 세계를 잃어버리고 싶어
벽들이 둘러진 이 미로에 마주 서서
이름을 잃을 손목들이 짠 카페트를 펼치면 될까
벽이 가려지면 남겨진 정원이 열리고
네가 불러낸 예언들이 거기서 숲과 열매가 되어
서서 잠들어야 했던 시간을 향기롭게 만들 수 있을까
내가 잃어버린 세계로 너를 안아 가릴 수 있을까
밖이 어딘지 아는 예언이 숨은
숨 쉬고 숨 쉬어 엮는
한 번은 손안에 있던 세계
펼치면 바람에 펄럭이는 잎들의 정원
김학중, 예언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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