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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나날 속에서 책을 읽었다 형광펜으로 밑줄을 친다면 문장은 반짝이고 그것은 중요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것이 되었다
너의 몸속에서 자리 잡고 있다는 혹을 생각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영화와 책을 보며 우리는 세계로부터 격리되려 했다 종종 안부를 묻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손금을 보여주며 무슨 소리가 들리냐고 되물었다
가라앉고 있는 섬이라고 여겨도 좋았다 언제부터인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영화 속의 인물들은 이미 만들어진 줄거리에 따라 슬퍼하고 이별했다 결말에 대해 말하면 너는 내가 금기라도 언급한 듯이 화를 내고 폭염이 폭우를 몰아내고 그게 스크린 속의 일인지 스크린 너머의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서로 잘라내고 싶은 신체 부위에 줄을 그어주었다 산책이라도 나가면 우리는 손을 잡고 걸으며 손금이 구겨지는 소리를 들었다 중요하고 좋아하는 일만 일어나는 세계는 어디에도 없는 걸까 거리를 헤매는 동안 나뭇잎들이 자꾸 무성해지고 있었다
폭염과 폭염과 폭염 그리고 때때로 폭우 속에서 우리는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다가 문득 서로가 불편해질 때가 있다 가끔 떠올리게 되는 몸속의 혹처럼
잠에서 깨면 창문 위로 가로등 빛이 망가져 있었다 망가진 빛마다 섬의 이름을 붙이는 동안 절반의 하루와 나머지 하루가 체스판에서 순서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예정된 일을 믿지 않으려 했다 네게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냐고 물으면 너의 병이 자랄 것만 같았다 세계의 모서리로 떠밀리는 모래알, 아무도 웃거나 울지 않는 거리,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건 우리가 아니라 영화 속 주인공들이었다
양안다, 이상 기후는 세계의 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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