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저리면 몸속에 피가 돈다는 것이 이상했다
달이 유난히 크게 보인다고 그가 말했을 때도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이
"신이 잔디를 자라게 했다면 우리는 초원을 가꿔야지. 그게 사람이고 그게 사랑이잖아."
그는 불을 오래 바라보면 손끝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온몸에 화상 자국이 가득했고 매일 밤 강물에 투신한다는 꿈 이야기를 들었다
저 멀리서 어느 여자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도 그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는 잔디를 가꾸겠다고 했지만 나는 바람 부는 소리를 사랑하겠다고 다짐했다 결심과 결정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게 될 텐데
지구와 달이 조금씩 멀어진다는데 중력이 다 무슨 소용일까
유리창을 바라보면 창밖의 내가 방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싫어서 온통 창문을 열어놓고 바람을 맞는데
그는 바람 부는 날엔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을 붙잡고 있지 못할 거 같다고
그런데 이상하지?
불이 나면 다 같이 타 죽는 곳에서 왈츠가 흘러나오고
춤을 추는 그림자가 보이는데
누군가는 숨을 찾고 있다는 게
바람이 만드는 파도였을까 어디선가 물결치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는 새들이 우는 소리라고 말했다 만약 머릿속이 출렁이는 느낌이 착각이라면, 진심에 닿지 못한 진실과 기도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부 착각이라면…… 새 떼가 동시에 착륙했다가 한순간에 이륙하는 장면을 보고 싶다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나면
온몸이 저리고 피가 돌고 지구가 돈다는 게 느껴지는데
저 멀리서 여자가 아직도 손을 흔들고 있었다
흔드는 손에 빛나는 것을 든 채로
무언가를 결심한 듯이
양안다, 루저 내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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