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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개를 켠다
창밖 길 건너 장례식장은 불이 꺼졌다
몸이 추처럼 무거운 건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는 울음소리가
젖은 신문지처럼 꿈에 들러붙었기 때문
흙갈이를 해줘야지 생각한 지 서너 해가 되었는데
밤새 화분 위로 낯모르는 색이 피었다
전화를 걸어야 했는데 주전가 물 끓는 소리에
그만 어제인 듯 잊었다
"한 발은 무덤에 두고 다른 한 발은 춤추면서 아직 이렇게 걷고 있다네."
검은 나비들이 쏟아져나온다
미뤄뒀던 책을 펼치자 창을 넘지 못하는 나비들,
그 검은 하품을 할 때, 느른한 음색 속에 등걸잠 같은 생이 다 들었다
나는 살고 있고, 내가 살아가도록 내버려두었다
삶을 취미로 한 지 오래되었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시간의 목소리」
이현호, 오래된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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