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신 썸네일형 리스트형 그냥 그 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기억이란 건 순서에 따라 차곡차곡 쌓이는게 아니야. 만약 그렇다면 오래된 기억들부터 차례로 잊혀지겠지? 그런데 기억들은 언제나 순서를 어기고 뒤죽박죽이 되거든,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기억이 불쑥 솟아 오르는거야. 그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 이를테면 꿈 같은 데서 말이야. 그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 느낌은 뭐랄까 그래, 마치 멀미 같은 거야. 그 기분알지? 머리가 아프고 멍해지고 세상이 흔들리고, 심장에 커다란 추가 매달려 있는 것처럼 거북해서 토해버리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되고... 그냥 그 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아주 무기력하게. 그냥 울면서. 황경신, 『부주의한 친절』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