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연희 썸네일형 리스트형 나는 이 여름을 죽도록 좋아한다 여름이 아닌 것들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얼어붙은 강,누군가와 마주 잡은 손의 온기, 창문을 꼭꼭 닫아 놓고서 누운 밤, 쟁반 가득 쌓인 귤껍질들이 말라 가는 것을 좋아한다 여름은 창을 열고 나를 눅눅하게 만들기를 좋아한다 물이끼처럼 자꾸 방 안에 자라는 냄새들이, 귤 알갱이처럼 똑똑 씹히는 말들이 혓바닥에서 미끄러진다 곰이 그 위에 누워 있다 동물원 우리에 갇힌 곰이, 수박을 우걱우걱 먹어 치우던 곰이 나를 쳐다본다 곰에게서 침 범벅의 수박 물이 떨어진다 여기가 동물원이 아니라 내 방이라는 것을 알아 갈 때쯤, 나는 혼자 남아 8월을 벗어난다 그러니까 수박이 아닌 것들을 좋아한다 차가운 방바닥에 눕는 것을 좋아한다 피가 나도록 긁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것들이 땀띠처럼 늘어난다 그러니까 나는 이 여름을..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