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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지

깨어 보면 언제나 폐허, 누가 쓰다 버린 것 같은 몸을 일으켜 본다 미친 듯이 일하거나 죽은 듯이 늘어져 있다. 텔레비전을 켜면 세계는 온통 놀이공원. 자유와 오락, 혼자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다가 꿈의 공원에서 영원히 혼자가 된다. 깨어 보면 언제나 폐허, 누가 쓰다 버린 것 같은 몸을 일으켜 본다. 스마트폰을 수시로 보아도 반가운 메일 하나 없고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말을 따라하다가 가끔 놀란다. 영화에서 본 좀비들이 하던 것처럼 의미 없이 고개도 종종 흔든다. 나는 틱이라는 말을 안다. 고칠 수 없는 틱처럼 나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인형 캐릭터가 된 것 같다. 도대체 나는 어느 뒷골목에서 비명횡사했는가. 거울의 방에 가도 내가 없을 것 같다. 옆구리에서 솜을 빼내는 못된 습관이 새로 생긴다. 이 무변광대의 협소한 낙원에서 나는 정산(精算)도 잊은 채 백 년간의 관.. 더보기
안녕,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안녕,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여기 하늘엔 네가 어릴 때 바닷가에서 주웠던 소라 껍데기가 떠 있어. 거기선 네가 좋아하는 슬픈 노래가 먹치마처럼 밤 푸른빛으로 너울대. 그리고 여기 하늘에선 누군가의 목소리가 날마다 너를 찾아와 안부를 물어. 있잖아, 잘 있어? 너를 기다린다고, 네가 그립다고, 누군가는 너를 다정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네가 매정하다고 해. 날마다 하늘 해안 저편엔 콜라병에 담긴 너를 향한 음성 메일들이 밀려와. 여기 하늘엔 스크랩된 네 사진도 있는걸. 너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있어. 그런데 누가 넌지 모르겠어. 누가 너니?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려다 지운 메일들이 오로라를 타고 이곳 하늘을 지나가. 누군가 열없이 너에게 고백하던 날이 지나가. 너의 포옹이 지나가. 겁이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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