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현연 썸네일형 리스트형 사랑했던 것들은 모두 나를 비껴갔다 나는 안녕한가? 슬픔이 자꾸 잔잔하다 눈길 닿는 모든 곳마다 선명한 정지의 경고 푸르게 푸르게 깜빡이는 신호 앞에서 오래 머뭇거린다 해도 결국, 건너고 말 것이라는 예감 우회하시오 천천히 죽어가는 물고기의 눈을 들여다본 기억이 있다 요동치던 한 세계가 정지하기까지 그닥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한 잎 지고 다시 잎 지기까지의 간격만큼만 고요하게 간직될 수 있다는 것 그 외 모든 시간은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 익숙해지지 말아야 할 것들을 미리 알아버린 뒤에도 나는 정말 안녕한가? 잎들은 제 무게만큼 지상으로 기울어 그늘을 만들고 돌아보면 소리도 없이 화르르 쏟아져 내리는, 사랑했던 것들은 모두 나를 비껴갔다 세월만이 정면으로 달려와 내게 충돌한다 예현연, 물고기좌에서 한 잎 떨어졌다 더보기 이전 1 다음